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대장균 휘발유



[더블 클릭] 대장균 휘발유


임웅재 논설위원

























무(無)에서 창출되는 유(有)는 인간의 오랜 꿈. 고대로부터 금을 만들자는 연금술(鍊金術)에 주술사에서 철학자와 과학자들까지 매달렸다. 만유인력을 발견해 근대과학의 문을 활짝 연 아이작 뉴턴도 주식투자와 함께 연금술을 돈벌이의 2대 도구로 여겼다. 산업혁명기 대영제국은 도시로 몰려드는 노동자들의 먹거리를 해결하고자 빵이 열리는 나무가 있다는 대평양 일대를 뒤지고 다닌 결과 좌초를 피할 수 있는 해도를 남겼다.


△독일이 20세기에 두 차례 세계대전을 일으킨 이유도 유한한 자원에 대한 확보 노력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1차 대전은 독일이 아라비아반도의 석유를 겨냥한 바그다드철도 건설을 둘러싸고 영국ㆍ프랑스와 대립이 심화한 가운데 터졌다. 갈탄에서 석유를 뽑는 액화석탄의 성능과 무한 생산을 과신한 히틀러는 거리낌없이 전쟁을 일으켰다. 독일군은 2차 대전 내내 석유소비량의 90%를 석탄에서 추출한 인공석유로 때웠다. 액화석유 공장이 연합국에 피폭됐을 때 독일의 군수산업장관은 '이로써 전쟁에 졌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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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성이 강한 자원을 창출한다는 꿈은 허망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인간의 힘으로 금을 만들겠다는 연금술은 근대화학을 낳았다. 독일처럼 인공석유를 연구한 미국은 나일론을 비롯한 20세기 석유화학문명을 열었다. 당연히 21세기 연금술도 살아 있다. 미생물을 이용해 에탄올과 경유ㆍ휘발유는 물론 플라스틱과 섬유까지 대사공학(metabolic engineering) 연구가 활발하다. 유전공학이 더해져 대사공학은 21세기를 풍요롭게 만들 신연금술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이 분야에서 굵은 획을 그었다. KAIST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이 잡초나 나무 찌꺼기 등을 먹고 휘발유를 뱉어내는 대장균을 세계 최초로 만들어낸 것. 미생물의 다양한 유전자를 활용해 원하는 화합물을 만들 수 있는 가공의 생체대사 회로를 대량으로 찾아낸 뒤 가장 효율적인 것을 골라내 대장균에 도입하는 첨단 기술을 선보였다. 적용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인공석유는 물론 방탄복 소재에서 스판덱스까지 노다지가 눈앞에 왔다. 자랑스럽다. 바이오 연금술 연구자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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