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무한도전… 「기술영토 개척」 밤낮이 없다(벤처기업)

◎1,500여사 멀티·SW·통신분야 등 활약/미·일 능가 제품 잇따라/「신화」 일군 업체 수두룩/대덕단지 「창업메카」2평 남짓한 연구실서 쪽잠 자며 기술로 세계를 제패하고자 무더운 여름밤 오늘도 연구에 연구 불을 밝힌다 「아! 고구려. 왜 한국인은 고구려를 떠올리기만 하면 가슴이 뛰는 걸까요?. 아마도 그것은 고구려의 역사와 그 대지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 것입니다. 세계지도를 볼 때마다 언제나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으로 눈길이 가고, 그 순간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안타까움 섞인 한숨을 쏟아내면서, 한마디 덧붙일 것입니다. 아, 고구려만 망하지 않았어도…」 정자춘 보광미디어 사장(35)은 회사를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에서 강남구 역삼동으로 이전하면서 평소 알고지내던 사람들에게 굳게 다짐했다. 세계적인 기술력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기술영토」를 넓혀감으로써 고구려, 고구려인에 대한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보겠노라고. 보광미디어는 주문형반도체와 인터넷폰 게이트웨이 시스템, 시스템통합(SI), 정보 통신기기개발에 주력하는 젊은 벤처기업이다. 지난해 법인으로 전환해 11억원의 매출을 올린 보광미디어는 기술개발로 내년 1백80억원의 매출을 계획하고 있다. 3년만에 16배성장을 노리고 있는 것. 보광미디어의 도전상대는 세계다. 좁은 한반도에 만족못한다. 「5대양 6대주에 기술영토를 확장한다」 정사장은 기술영토를 넓히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젊은이 중 한명에 불과하다.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더위를 잊고 뛰고 있다. 아세아컴퓨터의 임갑철 사장(42). 그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기술영토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아세아컴퓨터는 인트라넷 컴퍼니다. 임사장의 꿈은 21세기형 무국적 글로벌컴퍼니. 그는 원래 사업을 일본에서 시작했다. 일본에는 라스엔터프라이즈라는 회사를 갖고 있다. 라스엔터프라이즈는 인트라넷 기술로 일본에서 유명하다. 『오는 연말께는 일본 오사카에 지사를 설립할 예정입니다. 내년께는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지역에 현지법인을 설립할 계획이죠』 그는 동남아지역을 축으로 전세계 5백개의 도시에 현지법인을 설립할 작정이다. 기술영역확장을 위해 향후 본사는 싱가포르로 이전할 예정이다. 임사장은 이 꿈을 이루기 위해 2평남짓한 본사 사장실에서 쪽잠을 잔다. 서울에는 그의 집이 없다. 안영경 핸디소프트 사장(44)은 지난해 7월부터 아예 일본에서 지내고 있다. 핸디소프트는 지난해 일본 최대 판금업체 야마다그룹에 1억5천만달러규모의 소프트웨어를 수출했다. 국내에서는 이를 「핸디 신화」로 불렀다. 중견 멀티미디어 업체인 가산전자는 올해 세계 멀티미디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재즈멀티미디어사를 인수하며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오봉환 사장(38)은 이를통해 오는 2천년까지 매출 4천억원규모의 세계적 종합 멀티미디어업체로 부상한다는 야심을 추진하고 있다. 전세계 40개국에 퍼져있는 재즈멀티미디어사의 유통망을 이용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목표다. 전국의 벤처기업은 지난해 말기준으로 1천5백여개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민간기업 연구원 출신 창업업이 약 3백개에 달하는 데 이중 1백여개사가 대덕연구단지에 몰려있다. 대덕연구단지는 벤처기업 창업의 메카로 떠오른 지 오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출신 창업기업 1호인 아펙스는 반도체 장비설계와 제조분야의 중견업체로 성장해 있다. 김상호 아펙스 사장(40)은 미국과 일본으로 기술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산호세에 현지지사를 설립해 미국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사장은 『회사를 청원으로 이전한 후 「제2창업」을 선언하고 21세기 세계 TOP 10진입이라는 목표를 달성키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다레이저, 덕인, 한국인식기술, 지니텍, 아이티, 다림시스템, 세트리연구소, 오롬테크, 한국미생물기술, 한마이크로텔레콤, 운상정보통신, 해동정보통신 등도 21세기 기술영역확장을 위해 대덕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벤처기업들이다. 『밤을 새우기를 밥먹듯이 하다보니 직원들의 건강이 제일 걱정 됩니다』 장길주 해동정보통신 사장(37)의 창업동기는 민족 과학기술의 토대를 만드는 데 있다. 기술개발은 국가 존망의 문제라고 그는 강조하고 있다. 해동정보통신은 차세대 초고속통신망 구축에 필요한 요소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무선가입자망장치, 비동기식 전송모드기반장치, 인터넷/인트라넷/엑스트라넷 솔류션, 인터넷 화상회의 시스템개발 등이 평균연령 29세, 15명의 직원들이 다루는 일들이다. 기술개발열기는 관광도시 제주시에서도 뜨겁다. 이정훈 우보전산 사장(40)은 제주시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연구소에서 연구원들과 거의 같이 살다시피하고 있다. 우보전산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전문업체로 곧 미국에 게임을 수출할 계획이다. 『연구소내에 아예 숙소를 마련해 놨습니다. 연구소에는 밤낮이 따로 없어요』 LG그룹의 첫 독립법인형 사내벤처기업인 I&C테크놀로지 박창일 사장(35)은 지난해 11월 회사가 법인으로 출범한 뒤 휴일의 단맛을 보지 못했다. 일요일날 쉰 때는 닷새가 고작이다. LG그룹에서 한 솥밥을 먹던 6명의 창업멤버는 주문형반도체(ASIC)와 디지털 방송수신용 ASIC 칩셋개발에 밤낮없는 연구개발을 진행시키고 있다.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정보통신용 칩셋은 전체의 95%가 외국제품입니다. 기술영토를 잠식당하고 있는 셈이죠』 박사장은 잠식당한 국내 시장을 회복하고 역으로 해외상륙에 나설 예정이다. 기술영토를 개척하는 데 젊은 몸을 태우고 있는 벤처기업들은 수없이 많다. 메디슨, 핸디소프트, 팬택, 스탠더드텔레콤, 두인전자, 터보테크, 기인시스템, 한글과 컴퓨터, 큐닉스컴퓨터, 미래산업, 광전자 등 국내 대표적 벤처기업들은 이 대열의 선두에 서있다. 무한 경쟁시대에서 기술영토 개척은 뼈를 깎는 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기술영토를 개척한다는 말은 곧 세계화를 지향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세계적 기술이 아니면 국내에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안영경 핸디소프트사장의 말이다. 21세기 국가경쟁력의 핵으로 떠오른 벤처기업들에게 기술영토 개척은 어쩌면 필수과제일지도 모른다.<박동석 기자> ◎벤처기업이란/신기술·아이디어로 승부 「모험기업」/실패위험 높은 만큼 성장·수익성도 높아/개인투자가­벤처캐피털로부터 자금조달 벤처(Venture)기업은 이름그대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신기술을 바탕으로 시작하는 『모험적인』 기업을 가리킨다. 벤처기업은 기업가정신을 기초로 한 사업과 기술의 참신성, 독창성이 특징이다. 개인투자가(에인절) 또는 벤처캐피털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며, 실패위험이 높은 만큼 성장성과 수익성도 높다. 창의적인 제품, 서비스를 내세운다는 점에서 일반 중소기업과 차별된다. 창의적인 기술과 아이디어가 없는 기업은 벤처기업이라고 보기 어렵다. 최근 벤처기업 육성정책이 입안되면서 벤처기업의 정의문제가 대두됐다. 정부는 벤처기업 정의와 관련, 창업투자회사나 신기술금융회사가 주식의 일정비율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과 특허권, 실용신안권을 취득한 기술과 출원중인 기술중 특허청장이 인정하는 기술을 주된 부분으로 사업화하는 기업을 벤처기업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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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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