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일본 대지진 발생 세달째 韓·日 기업들 '脫일본' 움직임 가속

● 국내업계- 부품소재 對日 의존 축소<br>● 일본업계- 생산기지 해외 이전 늘어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세 달이 다 돼가지만 심각한 부품공급난을 경험한 한국과 일본 기업의 탈일본 움직임이 가속화하는 등 한일 산업계가 후폭풍을 맞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지진으로 조달난을 겪은 국내 산업계가 대일 의존도 축소에 나서면서 '탈일본'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 일본 산업계도 한국 등으로 생산기지나 부품조달선을 옮기려 하는 등 해외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제조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일본 지진 여파 대응활동을 물은 결과 '일본 이외 부품소재 조달선 확보(26.5%)'와 '수출시장 다변화(25.8%)'라는 응답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또 응답기업 네 곳 중 한 곳(26.4%)은 '일본 지진 이후 대응조치를 취했거나 추진 중에 있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이번 지진 사태의 영향으로 국내 기업 부품소재의 대일 의존도가 크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한국 기업이 일본과 거리를 두려고 하는 이유는 국내 기업 24.8%가 일본 지진으로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한 데 비해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답변은 7.4%에 불과한 데서 찾을 수 있다. 10.6%의 기업은 '일본 지진의 영향을 현재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일 부품의존도가 높은 기계와 전기전자 업종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산업계도 한국 기업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한국행에 나서고 있다. 지난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1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25.2%가 '해외 부품소재 조달을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20.7%가 국내에서 조달처를 분산시키겠다고 한 응답 비율을 넘어선 것이다. 4월 일본 내 자동차 생산이 지진 피해로 40%나 감소하는 등 자국내의 서플라이 체인이 지진으로 급속히 붕괴된 탓이다. 또 대한상공회의소의 설문 응답 기업의 10.2%가 '해외 진출에 관심 있는 일본 기업을 알고 있다'고 말해 '탈일본' 기업의 움직임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작성한 '지진에 따른 일본기업의 경쟁력 약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진 피해가 장기적으로 일본 부품소재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일본 기업의 대(對)한국 부품소재 조달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정이 이렇자 한국무역협회는 30~31일 이틀에 걸쳐 일본 대기업 4개사를 초청해 부품소재 수출상담회를 개최하는 등 일본 고객 잡기에 나섰다. 도시바기계는 이번 상담회에 4개 사업부 10여명의 구매담당자를 파견해 유압판넬ㆍ너트기어 등 30여개 품목의 구매를 상담한다. 또 히타치는 주물ㆍ단조ㆍ기계가공 등 경쟁력 있는 한국산 부품을 조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협 관계자는 "일본의 중소자동차부품 제조사들이 집단으로 중국 강소성에 진출하는 등 일본 기업이 한국ㆍ대만ㆍ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부품소재를 조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일본 기업의 해외 진출 움직임이 활발한 요즘 안정적인 전력공급망, 우수한 제조기술력, 외국인투자에 대한 지원제도 등 한국의 강점을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며 "단순 유치 방식보다는 국내 기업과의 합작법인 설립 등 양국 기업 간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