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잠잠해졌던 민간인 사찰 문제가 다시 뜨거운 이슈로 등장할 모양새다.
민주당은 22일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서희건설도 사찰했다는 의혹을 추가 제기한 데 이어 국정원이 참여정부 친노 인사에 대한 광범위한 도감청을 실시해 왔다고 밝혔다. 더구나 여당 소속 4선의 중진인 남경필 의원 측에 대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 사실까지 한 드러나면서 한나라당도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이날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008년에 민간기업인 서희건설을 사찰, 내사했으나 박영준 국무차장과 밀착된 관계로 드러나자 사실을 덮어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희건설이 평택 미군 기지 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친노 실세에게 돈을 건넸다고 보고 이 사건을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이첩한 바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정원의 친노인사 도감청 사실까지 공개하면서 민간인사찰과 결부해 논란을 확산시키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최재성 의원은 “국정원이 이해찬 국무총리 시절 총리실에 근무했던 이강진 전 총리실 공보수석에 대해 특별한 혐의점도 없이 지난해 초 영장을 발부 받아 2∼6월 4개월간 합법을 가장한 도감청을 실시했다”면서 의혹을 제기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국정원이 최근 참여정부 때 정부의 방북 허가를 받고 방북 한 인사들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소환조사를 하고 있다”며 “최근 부산에서 이런 문제가 생겼고 대구쪽 인사들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민주당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북한 정찰총국 연계간첩 박모씨 수사 과정에서 관련 혐의가 발견돼 법원의 영장 발부 등 적법 절차에 따라 내사한 것”이라면서 유감을 표명했지만 논란은 불법사찰과 맞물려 쉽게 가라 앉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남 의원 측까지 사찰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이슈는 더 뜨거워졌다. 남 의원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면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거 국면이어서인지 발언은 신중했다. 그는 “말을 아끼겠다”면서도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국가존립의 문제, 정부 신뢰의 문제인 만큼 검찰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