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피플 인 이슈] 美민주 대선후보 오바마 상원의원

'검은 JFK 신드롬' 미국을 열광시킨다<br>정치신인·패기·소수인종 출신 '케네디와 닮은꼴'<br>위대한 미국 재건·인종갈등 치유 적임자로 평가<br>변화 외치지만 방향은 제시못해 "떠버리" 비판도




미국 뉴저지주 북부 올드 태판에 사는 빅토르 산토스(38)는 버락 오마바 상원의원의 열렬한 지지자다. 아르헨티나계 미국인인 그는 미국의 정치 1번지 '포토맥' 경선이 치러진 지난 12일 자동차로 5시간 달려가 메릴랜드주 경선 현장을 지켰다. 오바마가 50만달러의 소액기부금 목표를 세우자 매달 75달러의 후원금도 내고 있다. 라티노(남미계 미국인) 사이에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지지율이 높은 것처럼 그도 처음엔 클린턴 후보를 지지했다. 그러나 클린턴 의원이 지난해 부시행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법안에 찬성표를 던지자 마음을 바꿨다. 그는 "워싱턴에 있는 수천개의 로비회사에 둘러 쌓인 힐러리가 부시 행정부 8년 실정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겠냐"며 반문했다. 버락 오마바의 열풍이 미국을 흔들고 있다. 오바마가 몰고 온 열풍은 '검은 JFK신드롬'을 낳고 있다. 오바마(46)와 존 F 케네디가 대통령 출마 당시 모두 40대이고, 워싱턴 주류 정치 무대와 거리가 먼 정치 신인이다. 젊고 패기 있는 이미지, 감성에 호소하는 명연설도 닮은 꼴이며, 두 사람 모두 미국의 백인 주류가 아니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오바마가 케냐 출신 흑인 아버지와 미국 백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소수 인종인 것처럼 케네디는 아일랜드계 카톨릭 교도다. 검은 JFK의 '코드'는 변화와 감성, 통합이다. 케네디의 연설이 그랬던 것처럼 오바마는 어렵고 딱딱한 정책 대신 변화와 희망을 전하며 젊은 층의 감성에 호소한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변화(CHANGE WE CAN BELIEVE IN)'는 오마바 선거전략을 응축한 캐치프레이즈이자 아이콘이다. 단순한 변화 한마디에 지지자들이 환호하는 이유는 뭘까. 그것도 흑인이라는 소수 인종이라는 핸디캡을 안고서. 미국인들은 그를 통해 구겨진 슈퍼파워 미국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기대와 변화를 발견하고 있다. 건국 이래 본토가 첫 공격을 받은 2001년 9ㆍ11 테러와 이에 따른 이라크 전쟁, 그리고 실패, 경제난이 맞물리면서 미국의 위상은 하염없이 추락했다. 미국의 위상 추락과 구겨진 자존심이 워싱턴의 기성 정치인에 대한 염증으로 연결되는 것을 오마바는 정확히 간파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위대한 미국 재창건'이라는 거창한 구호를 내걸지 않는다. 그는 대신 "나의 힘만으로는 워싱턴을 바꿀 수 없다. 나는 여러분이 변화시키는데 동참할 것을 호소한다. 그것은 투표장에 나오는 것이고, 선택을 하는 것이다"고 역설한다. 흑인이라는 소수 인종 핸디캡은 미국의 고질병인 인종 갈등과 분열을 치유할 통합의 적임자로 비춰지고 있다. 마약까지 손댄 청소년 시절의 방황과 불우한 가정 환경을 딛고 장학금으로 컬럼비아대(국제정치학)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와 대권에 도전한다는 자체 만으로도 미국의 다양성과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한다. 뉴욕ㆍ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의 김동석소장은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남부지역에서 흑인의 몰표가 나왔음에도 백인의 집단적 반발 표가 나오지 않은 것은 의미심장하다"며 "미국인들은 오마바의 인생역정을 통해 대리 만족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클린턴에 쏠렸던 흑인 등 소수인종과 저소득층의 지지를 끌어낸 배경이다. 오마바의 연설장에는 지지자들이 구럼처럼 몰려든다. 간결하고 쉬운 연설, 대신 크고 화려한 제스처는 콘서트를 방불케 한다. 그는 '나(I)라는 주어보다는 우리(We)라는 주어를 즐겨 사용하고 자신의 능력 보다는 유권자의 힘을 강조한다. 그가 변화를 외치면 지지자들은 "Yes, We can"으로 화답하는 식이다. 공화당 지지자 조차도 오바마의 유세장에 가면 그 연설에 빠져들 정도며, 10대와 20대 젊은 층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검은 JFK신드롬은 인종에 대한 미국인의 태도 변화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정치질서와 세대의 변화"라고 진단하고 있다. 50대후반~60대초반의 베이비부머가 정치무대에서 퇴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클린턴도 부시 행정부의 실정을 공격하며 변화를 외치지만 호소력은 약하다. 그녀 역시 낡은 기성 정치의 일부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클린턴 지지를 선언한 뉴욕타임스는 "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클린턴'이라는 성(性)이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클린턴이 외치는 변화는 그의 강점인 경륜과도 어긋나며, 클린턴의 경륜은 오히려 변화의 바람에 역풍을 맞는 상황이다. 물론 오바마에게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변화를 외치지만 어떻게 변화시킬 지, 변화의 방향이 뭔지를 제대로 제시하지 않는다. 떠버리 애송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인종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지만, 백인 우월주의는 여전히 뿌리 깊다. 오바마가 다음달 4일 예정된 '미니 슈퍼화요일' 4연전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지금까지의 관측을 뒤집는다면 오바마 대세론은 순풍을 탈 것으로 보인다. 47년 전 존 F 케네디가 첫 카톨릭 신자 대통령에 도전, 미 정치사에 큰 획을 그은 것처럼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꿈꾸는 오마바의 도전에 미국이 어떤 선택을 할 지 세계의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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