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 패션]웨딩 플래너
하늘색 바지정장 전형적 커리어우먼
결혼에 관한 이야기 하나. 모든 여성은 일생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결혼식을 꿈꾼다.
이야기 둘. 그러나 대부분의 남성은 결혼식 자체엔 별 관심이 없다.
마지막 이야기는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랑신부에게 각각 새로운 사랑이 한번쯤은 찾아온다는 것.
영화 '웨딩 플래너'는 수도 없이 보아온 할리우드 영화의 전형적인 공식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결혼식 연출가인 메리(제니퍼 로페즈)는 부호의 딸 프렌(브리지트 윌슨)의 결혼식을 맡기로 한다. 이 건을 성공적으로 치르면 회사의 파트너로 승진키로 약속돼 있는 그녀에게 이번 결혼식 준비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 그러나 길에서 사고 직전의 그녀를 구해준 뒤 서로 한눈에 반한 스티브(매튜 매커너히)가 하필 프렌의 약혼자.
영화는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복잡함에 고민하는 메리와 스티브의 밀고 당기기가 주를 이룬다. 한편 보수적인 메리의 아버지가 사윗감으로 점 찍은 어릴 적 친구 마시모가 나타나면서 일은 더욱 꼬이기만 한다.
수년간 연애와는 담쌓고 일에만 몰두해온 메리는 거의 대부분 하늘색 빛 정장차림을 입고 다닌다. 사무실이나 결혼식장에서 그녀는 상대방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하면서도 쉽사리 다가갈 수 없는 하늘색 투피스, 원피스, 바지정장 등을 입고 나온다. 이 장면들에선 사랑보다 성공을 더 중요시 여기는 현대 여성의 전형을 보는 듯 하다.
영화 속에서 메리는 딱 한 번 붉은 원색의 화려한 원피스를 입고 등장한다. 메리는 스티브가 아직 프렌의 약혼자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새로운 사랑이 나타날 것 같은 예감에 들떠 있다.
얼굴에 환한 웃음을 머금지 못하는 메리는 상반신은 착 달라붙지만 허리 이하는 하늘하늘거리는 원피스로 자신의 부푼 감정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내 스티브와 이뤄질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한 그녀는 예의 하늘색 면티셔츠를 받쳐 입은 검정색 정장 차림으로 되돌아간다.
마지막 장면에서 프렌과 메리의 웨딩 드레스도 극단적 대조를 보인다. 얇은 어깨 끈에다 화려한 레이스의 가슴선 아래는 벨트풍의 띠로 장식한데다 드레스자락도 길게 늘어뜨린 프렌의 드레스는 다이아몬드가 박힌 이파리 모양의 목걸이와 어우러져 화사함의 극치를 연출한다.
반면 화려한 결혼식을 연출하는 게 직업인 메리는 몸에 착 달라붙는 이브닝 타입의 심플한 드레스로 조용한 시청의 결혼식장에 들어선다.
결혼식은 여성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최고의 자리지만 그 자체보다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단순한 진리를 강조하듯.
김호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