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최대 축제인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이번 월드컵 대회는 많은 진기록과 함께 세계인에게 진한 감동을 안겨줬다. 변방 축구로 알려졌던 한국 축구의 세계 4강 진입과 연인원 2,000만명 이상의 자발적 길거리 응원, 격조 높은 개막식 등 성공적인 대회운영은 한편의 감동의 드라마였다.
외국 유력지들의 지적처럼 이번 월드컵의 승리자는 한국인이며 친절하고 빈틈없이 진행한 대회 운영과 수백만명이 거리로 뛰쳐나와 열띤 응원전을 펼치면서도 단 한 건의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질서유지는 한국민의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세계 만방에 보여준 쾌거였다.
월드컵 4강 진입은 물론 뉴욕타임지ㆍ파이낸셜타임지 등 세계 유력지의 한국특집 기사 게재, 터키 유력 일간지 '스타'의 한국 상품 구매운동 촉구, 홍콩ㆍ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의 한국 축구 열풍, 일본 동경 시내 한복판에서 양국 응원단의 열광 등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할 뿐만 아니라 국가 위상의 제고와 한국 기업들의 브랜드 인지도를 수직 상승시키는 절호의 기회를 가져왔다.
이제 화려한 지구촌 축제는 끝났다. 월드컵 잔치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 그동안 챙기지 못한 현안들을 점검해 보아야 하며 월드컵에서 얻은 교훈들을 앞으로 정치ㆍ사회ㆍ경제 등 각 부문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차분히 궁리해야 할 때다.
더욱이 하반기는 8ㆍ8 재보궐선거, 9월 부산 아시아 게임에 이어 12월 대선에 이르기까지 각종 행사 일정이 즐비하여 사회적으로 들뜬 분위기가 지속될 소지가 있다.
지난 6월 한달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은 크게 둔화됐고 무역수지 또한 크게 줄어들었으며 외국관광객 또한 월드컵 기간 중에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현장은 근무분위기 이완 등으로 생산활동이 위축됐으며 특히 원화 강세, 금융기관의 주5일 근무제 시행, 인력난과 대기업 노사분규 등으로 중소기업들의 시름과 고통은 더욱 컸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반기 우리경제 앞날에 암초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와 미국 기업들의 수익 감소, 잇단 회계부정에 따른 주가하락 등으로 인한 외국자본 유입 감소로 달러 약세 지속과 원화 환율의 급락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또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쏟아질 정치권의 선심성정책, 각종 이익집단의 제몫 찾기, 노사갈등, 높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 가계부채 증가와 민간 소비 위축도 하반기 우리경제의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많다.
북한군과의 서해 교전에 이어 작금에 재연되고 있는 일부 대기업 노조와 병원노조 등의 불법파업과 노사분규 재연 등은 모처럼 월드컵으로 결집된 국가적 에너지를 소진시켜 88올림픽 당시 형성되었던 국민적 에너지를 정쟁과 노사분규 와중에 실기했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가 곧바로 우리 경제발전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과거 개최국 가운데 프랑스와 스페인처럼 경제적 성공으로 이끈 국가가 있는가 하면 역으로 두고두고 후유증에 시달린 국가도 있다.
중ㆍ남미국가들은 월드컵이 가져다 준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강한 나라에서는 월드컵 효과가 오래 지속됐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는 1회용 행사에 그쳤던 것이다.
히딩크식 리더십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교훈 중 하나는 기초체력 훈련과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로 말하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환경조성과 경영혁신 노력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의 창의성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규제개혁을 단행하여 법과 제도를 글로벌 기준에 맞게 고치고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 지향적 시스템 구축을 통해 경제발전과 사회통합에 힘써야 한다.
기업은 경쟁력 강화와 생산성 향상에 진력하고 초일류 브랜드 상품을 개발하여 부가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경주해야 하며 이번 월드컵을 통해 보여준 정보기술(IT) 강국 이미지와 높아진 국가 위상을 기업브랜드 가치 제고에 적극 힘써야 한다.
우리에게는 월드컵 대회를 통해 얻은 자신감과 열정이 있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강국이 될 수 있다.
하반기 들어 경제환경이 불투명해지고 현안들이 산적해 있지만 우리의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는데 역점을 두고 각 경제주체가 자유시장 경제원칙에 충실하고 각기 맡은 역할과 직분을 다한다면 머지 않은 장래에 월드컵 4강의 업적을 경제 4강 신화로 꽃피울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손병두<전경련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