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 김정은과 여동생인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 최룡해 전 황해북도 당 책임비서(김경희의 남편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측근), 김경옥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 4명의 민간인과 2명의 군인에게 ‘인민군 대장’ 칭호를 부여했다.
군 지휘관 경험이 없는 민간인들에게 대거 대장 칭호를 준 것은 최고권력자 1인 통치체제인 북한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며, 현 상황을 비상 국면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물론 김정은ㆍ김경희가 대장 칭호를 받은 것은 군의 상위 정책지도기관인 당 중앙군사위원회나 국방위원회 위원으로 가기 위한 형식적 절차라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정은이 20대 후반이고 김경희가 여성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선군(先軍)체제의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보다는 당 중앙군사위(위원장 김정일)에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당 중앙군사위원은 이을설 원수, 이하일ㆍ조명록ㆍ김영춘 차수, 김명국 대장 등 5명이다. 북한 정권의 핵심 인사들은 `정치군인'으로 당 중앙군사위나 국방위 위원과 다른 주요 당직을 겸하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대장이라면 당 중앙군사위원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김일성대 교수 출신인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은 "김정은한테 대장 칭호를 부여한 것처럼 정치군인을 임명하는 것은 북한 군의 독특한 체제"라면서 "오극렬(대장)의 예를 볼 때 대장 칭호면 국방위 부위원장도 가능하지만 때마침 당대표자회가 열려 당 중앙군사위 쪽이 더 유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ㆍ김경희 등에게 대장 칭호를 준 것은 군에 관여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한을 부여했다는 뜻"이라면서 "김정은에게 군권을 넘기기 위한 작업이 시작됐다고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당대표자회를 계기로 김정은은 당과 내치를 실질적으로 관장하고, 김정일은 주로 북핵 문제와 북ㆍ중, 북ㆍ미 관계 등 외교와 대남정책을 관장하는 새로운 시대가 개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현재 공개된 북한군 대장은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 김정각ㆍ주상성 국방위원, 정명도 해군사령관, 이병철 공군사령관 등과 이번에 대장 칭호가 부여된 김정은ㆍ김경희ㆍ최룡해ㆍ김경옥과 현영철(중장)ㆍ최부일(총참모부 부총참모장) 등 6명을 합쳐 총 25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비공개된 인물까지 합쳐 30명에 이른다는 견해도 있다. 남한은 합참의장과 육ㆍ해ㆍ공군 참모총장 등 대장이 8명이다.
인민군 장성은 원수-차수-대장-상장(중장)-중장(소장)-소장(준장)의 6단계로 구분된다. 원수는 2명(김정일 국방위원장, 이을설 호위사령관), 차수는 8~9명(조명록 총정치국장, 이용무 국방위 부위원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리영호 총참모장 등), 상장은 70여명에 이른다. 장성은 총 1,300여명으로 우리 군의 3배가 넘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