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아르헨 영웅' 카브레라, 그린재킷 입다

두차례 연장 접전 끝에 '노장' 페리 꺾고 우승<br>PGA 2승 모두 메이저대회서 거둔 진기록도


18번홀(파4)에서 벌어진 첫번째 연장전. 홀의 형태를 따라 우측으로 휘어지는 페이드를 구사했지만 드라이버 샷이 너무 밀리면서 오른쪽 러프의 나무 뒤쪽에 떨어졌다. 다행히 나무가 스윙은 방해하지 않았으나 전방이 빽빽한 소나무로 가로 막혔다. 안전하게 페어웨이로 빼내는 전략 대신 강공을 택한 그의 두번째 샷은 나뭇가지를 맞히고 말았다. 하지만 절묘하게도 왼쪽으로 방향을 바꾼 볼은 페어웨이 한가운데 멈춰 섰다. 세번째 샷을 홀 1.8m 뒤에 붙여 파를 기록하며 위기를 넘긴 그는 두번째 연장전에서도 파 세이브에 성공해 마침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축구의 나라 아르헨티나의 앙헬 카브레라(40)는 그렇게 그린재킷을 손에 넣었다. 같은 나라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의 ‘신(神)의 손’ 사건을 연상시킨 그의 행운 깃든 이 샷은 ‘신의 나무’ 에피소드로 마스터스 역사에 길이 남게 됐다. 카브레라는 1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파72ㆍ7,435야드)에서 열린 시즌 첫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 4라운드에서 1타를 줄여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케니 페리, 채드 캠벨(이상 미국)과 동률을 이룬 뒤 연장전 끝에 우승을 낚았다. 지난 2007년 6월 US오픈에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후 2년 가까이 5위 안에도 한번 들지 못하던 그는 통산 2승을 모두 메이저 대회에서 따내는 진기록을 세웠다. 우승상금은 135만달러. 이날 페리와 공동 선두로 출발한 카브레라는 10번홀까지 2타를 잃어 우승이 멀어지는 듯했다. 반면 48세 6개월의 나이로 마스터스 최고령 우승에 도전한 페리는 11번홀까지 타수를 지키다 12번(파3)과 15번(파5), 16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 우승을 향해 질주했다. 문제는 중압감이었다. 순항하던 페리는 17번홀(파4)과 18번홀에서 보기를 범했고 카브레라는 13번(파5)과 15번, 16번홀 등 막판 3개의 버디를 뽑아내 이날 3타를 줄인 캠벨과의 승부를 연장으로 가져 갔다. 연장 첫번째 홀에서 캠벨이 탈락한 가운데 10번홀(파4)로 옮겨 치러진 두번째 연장전에서 카브레라는 두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뒤 가볍게 파를 기록, 두번째 샷을 그린 왼쪽 너머로 보낸 페리를 따돌렸다. 카브레라는 “이것이 마스터스다. 마술 같은 일이 많이 일어난다. US오픈 우승 때와 더불어 내 인생에 가장 기쁜 순간”이라며 감격을 만끽했다. 1996년 PGA챔피언십에서도 연장패를 기록했던 페리는 13년 만에 다시 잡은 메이저 우승 기회를 놓치는 불운에 울었다. 세계랭킹 1ㆍ2위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이상 미국)은 추격전을 펼쳤으나 각각 5위(합계 9언더파)와 공동 6위(8언더파)로 마쳤고 앤서니 김(24)은 마스터스 데뷔전을 공동 20위(합계 2언더파)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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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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