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섬기는 정부'의 각료라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곧잘 말 실수를 해 세계 언론에 비웃음을 사고는 한다. 지난해 5월 미국을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환영 만찬에서 “여왕은 1700년대 미 독립선언 200주년 기념일을 축하해줬다”며 여왕 나이를 무려 200살이나 올리는 실수를 범했다. 그해 9월 시드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연설에서도 APEC을 석유수출국기구(OPEC)로 잘못 말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대통령의 잦은 말 실수로 곤혹스러운 백악관 참모들은 급기야 지난 9월 유엔 총회 연설문에 국가 원수와 나라 이름의 발음기호를 표기했다가 이것이 언론에 포착돼 또 한번 체면을 구겼다. 부시 대통령의 이런 잦은 해프닝이 은연 중에 튀어나온 단순한 말 실수인지 아니면 무지의 소치인지는 호사가의 입방아에 두고두고 오르내린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좀더 큰 ‘사고’를 쳤다. 부시 대통령은 휘발유값전망에 대한 질문에 “방금 뭐라고 했죠. 갤런당 4달러까지 오른다고요. 흥미로운데요. 못 들어봤는데요”라며 너무도 솔직한 답변을 했다. 경기둔화로 고통받는 국민의 고통을 백악관이 너무 모르고 있다는 언론의 비판이 쏟아진 것은 당연지사다. 최근 우리나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명박(MB) 정부의 각료 후보자들이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해명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황당한 인식을 드러내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받았다. “4,000만원짜리 골프회원권이 싸구려다” “여름에는 이천에서 겨울에는 송파에서 산다” 등 답변을 보면 ‘섬기는 정부’의 각료인지 아리송하다. 일반 국민과는 ‘딴 세상’에 사는 듯한 장관들이 재래시장을 방문하는 등 서민 현장 속으로 달려가고 있다고 한다. MB 정부가 표방한 ‘섬기는 정부’를 실천하기 위해 현장을 찾아가는 것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나더러 쇼를 하라는 말이냐’는 식의 잣대를 들이대고 싶지 않다. 그러나 한가지 명심할 것이 있다. 참모를 대동하고 현장을 나가지 말라는 것이다. 혼자서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거나 부부가 함께 재래시장에서 쇼핑을 하면 된다. 참모들이 따라붙으면 형식에 얽매이게 되고 자칫 ‘행사 아닌 행사’가 될 수 있다. 현장은 한 바퀴 둘러본다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 파악할 수 있다. 현장 방문에 기자를 따라붙여 언론에 한 줄 나게 하거나, 생선을 들고 있는 사진을 싣게 하는 것은 더더욱 삼가야 한다. 그것은 선거철 케케묵은 정치인이나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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