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영화] `페이백'

멜 깁슨이 또라이 총잡이로 나오는 「페이백」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리쎌 웨폰」 시리즈로 액션배우의 대명사처럼 부각된 멜 깁슨은 이 영화에서는 그야말로 정체성이 불분명한 무차별적인 총잡이 역을 연출한다. 마치 세기말의 킬러라면 다 그렇다는듯이.포터(멜 깁슨)는 아내 린(데보라 카라 웅거)과 살림을 차렸음에도 불구하고 고급 매춘부 로지(마리아 벨로)의 운전기사 역을 하면서 강도짓으로 입에 풀칠을 하는 건달. 미국 뒷골목에 등장하는 건달치고는 조무래기급에 해당된다. 포터는 어느날 친구 발(그레그 헨리)로부터 한탕 제의를 받는다. 마피아 조직 「아웃핏」에 거액의 부채를 지고 있는 발이 중국 갱단의 돈을 털자고 운을 띄운 것. 갱단의 검은 돈을 탈취하자는 얘기인데, 포터는 그런 제의에 선선히 응한다. 중국인 갱들에게 미친개처럼 달라붙어 돈을 터는데 성공한 포터와 발 그리고 린. 그러나 빼앗은 돈은 불과 14만 달러. 포터는 자기몫인 7만 달러를 챙겨가려하나 발과 입을 맞춘 포터의 아내에게 등뒤로부터 총격을 받는다. 그렇지 않아도 막가는 인생이었던 포터가 믿었던 친구와 아내로부터 배신을 당했다. 전철 소음 조차 도시를 박살낼 것처럼 우렁차고, 거리를 서성이는 사람들의 얼굴이 갈수록 칙칙해지는데, 죽었다가 살아난 포터 역시 도시 전체와 전쟁이라도 벌이겠다는듯이 흉악해진다. 복수보다는 자기 몫의 돈 7만 달러만을 요구하는 포터에게 느닷없이 부패한 경찰관 두 명이 찐드기처럼 달라붙어 돈을 요구하니 영화 「페이백」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거의가 상식을 벗어난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영화는 포터가 발이 소속된 「아웃핏」이라는 범죄조직을 홀로 박살내는 과정을 담고 있다. 영웅의 나라 구하기도 아니고, 마피아 조직내의 가족사랑과도 인연이 없다. 『내 돈 7만 달러만 돌려줘』라고 되풀이해 외치면서 거대 조직과의 일전을 불사하는 포터의 모습에는 허무와 페이소스가 짙게 배 있다. 3류 서부극과 B급 액션 드라마를 버무려 놓은 것도 같고, 매춘부 로지에 대한 포터의 변함 없는 연정을 보니 제법 철든 사람들의 러브스토리도 섞여 있는 것도 같다. 그러나 화면 가득히 잔인한 장면이 넘치면서 영화는 매우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거칠고 전혀 다듬어 있지 않아 원시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세련된 스토리와 정교한 액션 대신에 블랙 유머와 냉혹한 폭력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페이백」은 지난달 5일 미국에서 개봉,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몇주째 지키고 있는 히트작으로 브라이언 헬게랜드 감독 작품이다. 【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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