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3월 31일] 예산만 줄이면 된다?

정부가 공공건설사업의 예산을 줄이기 위해 오는 8월부터 최저가 낙찰제의 대상 범위를 기존 300억원 이상 공사에서 100억원 이상의 공사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최저가 낙찰제란 가장 낮은 공사 금액을 쓴 업체에게 일감을 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현재 공공건설사업의 사업비가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기 때문에 최저가 낙찰제를 해야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현재 최저가 낙찰가율은 대략 60%선이다. 정부가 A 공사를 100원에 경쟁 입찰하면 건설사들이 60원에 공사를 따간다는 말이다. 시민단체는 애초에 100원이란 가격이 거품이기 때문에 최저가 낙찰제를 해야 적정 가격이 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대한건설협회가 2006년 11월 최저가 공사 188건을 조사한 결과 건설사들은 계약금액보다 평균 16.5%가량을 더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60원에 공사를 땄는데 실제론 70원이 들어간 셈이다. 건설사들이 손해를 보면서 입찰에 응하는 이유는 “공사 물량 확보를 위해서”라는 이유가 가장 컸다. 큰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실적이 필요한데 그 실적을 쌓기 위해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수주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지금 수주를 하기 위해서는 최저가 낙찰제에 응해야 하고 수주를 하면 손해를 보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시장 논리에 따르면 경쟁력이 없는 건설업체는 퇴출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예산을 줄이려고 중소 건설업체까지 과다출혈 경쟁으로 밀어넣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최저가 낙찰제를 확대하면 연간 3,000억원가량의 예산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수천~수만 명이 연결돼 있는 건설 및 하도급 업체는 경영 악화를 피할 수 없다. 중소업체의 공공 공사 의존도가 44%가량이나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실공사 우려, 실업률 증가와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시민단체의 주장처럼 수 년 전까지 공공건설의 표준원가는 시장 가격보다 부풀려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평균 낙찰률이 60~70%인 점을 감안하면 표준원가가 시장 가격과 같지 않은 게 오히려 정상이다. 예산을 줄이는 게 목적이라면 최저가 낙찰제를 확대하는 것보다 표준원가 산정 방식을 조정하는 게 더 빠른 방법일 수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