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기업집단소속 계열사를 제외한 중견기업의 기업어음(CP) 매입을 꺼리면서 이들 중견기업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14일 종금업계에 따르면 은행, 투신 등 주요 CP매수기관들이 한보사태 이후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용, 대기업에 비해 신용도가 낮은 중견기업들이 발행한 CP매입을 자제하고 있다. 게다가 종금사들이 지난달부터 매출CP에 대한 보증을 회피하면서 이런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종금사들은 중견기업이 발행한 CP를 매출하지 못하고 자체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종금사로 하여금 중견기업발행 CP할인금리를 높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견기업들은 최근 5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보다 0.3%포인트 높은 할인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대기업들이 CP발행을 통해 12.40∼12.45% 수준으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비해 중견기업들은 12.60∼12.70% 수준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또 기업집단소속 계열사발행 CP간에도 할인금리가 차별화되고 있다. 최근 5대그룹 계열사와 30대그룹 계열간에 대략 0.1%포인트의 간격을 보이고 있다. 은행들은 최근 부실발생 우려가 있는 CP를 매입하기 보다는 안정성이 보장되는 금융기관간 콜운용으로 자금을 돌리고 있다.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자금사정만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 자금을 풀고 있는데도 중소기업들이 연쇄부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이기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