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가구-보드의 상생 파열음

수입산 파티클보드 기본관세 폐지 싸고 갈등 골 깊어져<br>가구업계, 파티클보드 8% 관세 붙어 외국업체와 공정경쟁 못해<br>보드업계, 당장 원가절감 이득 있지만 장기적으론 산업 근간 흔들


지난해 상호 양보를 통해 파티클보드 반덤핑관세 문제를 봉합하고 상생모드에 들어갔던 보드업계와 가구업계가 최근 또다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당시 가구업계는 수입 파티클보드에 부과하는 관세를 없앨 것을 주장, 국내 보드업계가 시장잠식을 우려해 강력 반발한 바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 한국가구산업협회, 한국씽크공업협동조합 등 3대 가구단체와 주요 가구업체들은 '가구산업발전 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부에 건의서를 제출하는 등 파티클보드의 관세 폐지를 추진 중이다. 가구업계가 수입산 파티클보드에 부과되는 기본관세 8%를 없애겠다고 나선 것.

가구업계는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힘든데 이케아 등 글로벌 업체의 국내시장 공략이 현실화되고 있어 관세를 폐지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구업체 관계자는 "국내업체들이 가구공룡 이케아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가구 완제품은 무관세로 들어오고 원자재인 파티클보드 등에는 8%의 관세가 붙어 국내업체가 불리한 상황"이라고 기본관세 폐지를 강하게 주장했다.


가구협회 관계자도 "아예 가구 제조를 포기하고 유통으로 전환하면서 베트남 등 동남아서 가구를 수입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며 "가구산업이 죽으면 보드산업도 죽는 만큼 상생을 위해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양보하는 게 맞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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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대해 보드업계는 기본 관세마저 없애려고 하는 가구업계의 태도는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도 다소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특히 보드업계는 지난해 동남아산 파티클보드의 덤핑 방지 관세 7.67% 부과 연장을 철회하며 양 업계의 상생을 위해 한 발 양보하지 않았느냐며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보드업계 관계자는 "기본관세 8%가 줄어들거나 없어지면 당장 그만큼 원가 절감의 이득을 볼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국가간 무역에 있어 기본이 되는 관세마저 사라지게 돼 오히려 가격경쟁력을 상실하고 국내 목질자재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위협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 보드업계는 수입산 물량 증가로 인한 제품 가격 하락 등으로 매출과 이익이 크게 줄어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국내 파티클보드 가격은 국내 수요 정체와 더불어 수입이 늘어나면서 17개월째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태다. 지난 2011년 8월 ㎥당 25만원이었던 파티클보드 가격은 이달 21만원으로 약 16% 감소해 최근 3년새 가장 낮은 수준인 실정이다.

게다가 파티클보드의 가격은 원재료비의 비중이 커 경기 변동에 민감하고 수요와 공급에 따라 국내 가격이 움직이고 있어 국내업체들이 가격 하락을 방어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환율까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어 저가 수입산의 공세로 인한 가격 하락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파티클보드 생산업체 관계자는 "파티클보드는 국내 가구업계를 지탱하고 있는 전방 산업으로 폐목재를 자원화하는 친환경 산업으로 기여하는 바가 크다"며 "가구업계가 제로섬 게임이 될 것이 뻔한 관세 폐지 요구보다는 양 업계가 파트너로서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역설했다.


최용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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