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권혁세 금감원장 "건설사 재무상태까지 꼼꼼히 살펴 대출해야"

"은행 여신 심사 강화"<br>"LIG손해보험 종합검사 소비자보호 부문 집중"


오전8시 서울 방배동의 한 아파트. 간편한 복장의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기자의 예고 없는 방문에도 개의치 않고 반겼다. 그는 출근길 동행이 된 기자에게 최근 금융권 현안에 대한 견해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금융위원회로 오실 때부터 개인신용등급 평가의 문제점을 강조했습니다. 다음달에 발표할 서민금융활성화 대책에 개인신용등급 평가에 대한 개선안이 포함될 것입니다." 권 원장의 첫 화제는 개인신용등급. 여기서 이어진 서민금융활성화 방안과 연계, 저축은행 지원방안(먹을거리)으로 말머리를 돌리자 구체적인 대답을 피한 채 저축은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 넘어갔다. 그는 먼저 "은행과 저축은행 PF가 상당히 줄었다"면서 "PF가 줄어들며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데 LIG건설 사태도 그 과정의 하나라고 본다"고 말했다. LIG건설 사태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LIG건설 문제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바라보겠다"고 강조했다. LIG건설이 법정관리 신청 직전 대규모 기업어음(CP)을 발행한 점을 언급하면서 다음주부터 실시할 LIG손해보험 종합검사에 소비자보호 부문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은행의 대출심사 관행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은행이 건설사만 믿고 대출해주는 잘못된 관행은 바꿔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출근길 인터뷰 내내 미소를 띠며 여유 있는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지만 LIG건설 사태와 관련한 답변에서는 목소리가 딱딱해지고 다소 힘이 들어갔다.) 그는 또 "이제는 담보만 볼 게 아니라 건설사의 재무상태도 잘 봐야 한다"면서 "앞으로는 은행의 여신심사가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공사만 믿고 대출을 해주거나 시행사가 자금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관행은 앞으로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권 원장은 여신심사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부동산 시장 침체를 우려했다. "심사를 강화하더라도 괜찮은 물건까지 안 되는 것은 문제"라며 "대출할 것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시 개선 방향이 도마위로 올라갔다. 권 원장은 "LIG건설의 법정관리 신청과 기업어음(CP) 발행에 대해 공시가 제대로 됐는지 이번 검사에 살펴보겠다"며 "회계법인에서 감사의견을 거절하면 곧바로 당국에 보고하도록 며칠 전에 조치했다"고 밝혔다. 또 저축은행도 공시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하루 이틀 차이로 투자자 보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공시 강화 방침을 밝혔다. 권 원장은 기자에게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논란이 많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가계부채에 대한 금융당국의 고민이 묻어나는 질문이었다. 그는 기자의 짧은 답변을 낚아채듯 "사실 그 많은 가계부채를 한번에 줄일 수는 없다"며 "구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되받았다. 최근 가계부채는 중산층에서 많이 늘어 다행이지만 자영업자의 가계부채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 특히 직장인의 소득이 갑자기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직장인 가계부채는 크게 걱정할 게 아니라며 긍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또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견해도 직장인 가계부채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자영업자는 경기변동을 많이 타는데다 소득의 변화가 심해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승용차가 금감원 사옥에 이를 즈음 마지막 질문으로 취임 이후의 업무에 대해 묻자 "금감원에서는 원장과 직원들 사이에 소통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며 "요즘 직원들과 소통을 많이 한다"고 답했다. 권 원장은 지난 28일 취임사에서도 '내부 결속'과 '상호소통 강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