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MF시대 빛나는 수출기업] 일진소재산업

모든 전자제품 안에는 갖가지 부품이 모여있는 인쇄회로기판(PCB)이 들어 있다. 이 PCB에 접착되어 전자제품의 회로역할을 하는 것이 전해동박이다.웬만큼 전기·전자 분야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여기까지는 대부분 알고 있다. 그러나 전해동박을 만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공장을 가진 업체가 한국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일진소재산업(대표 김규섭·金圭燮)이 그곳이다. 98년 매출액 1,100억원. 이 가운데 80%가 넘는 7,000여만 달러를 해외에서 벌어 들인다. 올해는 수출에서 9,000만달러를 기대, 전체적으로는 1,300억원을 매출목표로 잡았다. 295명이 한해 동안 벌어들인 금액이라 더욱 놀랍다. 그만큼 바이어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일진소재산업은 금속표면처리기술 등 전해동박을 만드는데 필요한 기술력이 없어 PCB용 전해동박을 전량 수입해야 했던 열악한 국내 상황에서 처음으로 양산을 시작했던 업체다. 김규섭사장은 『9년여에 걸친 노력끝에 처음 동박을 개발한 것은 지난 87년이었다』며 『당시에는 전량 일본으로부터 수입했기 때문에 국내 전자회사들에게 커다란 희소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장비도입부터 생산까지 갖은 시행착오 끝에 개발착수부터 10년이 지나서야 동박 수요처인 동박적층판업체로부터 품질인증을 받았다. 이때부터 국내업체에 물건을 공급할 수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생산라인도 점차 안정돼 90년부터는 매출이 쑥쑥 자라났다. 일이 좀 된다 싶었더니 이번엔 일본업체들이 딴지를 걸었다. 가격을 무기로 덤핑공세를 퍼부었다. 수율도 낮고 불안정한 공정관리로 비효율이 높았던 신생업체로는 고전할 수 밖에 없었다. 金사장은 『강력한 라이벌이 될 것같은 불안감 때문이었는지 미리부터 싹을 자르려고 들었던 것같다』고 추측했다. 전직원이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더 좋은 제품을 얻기 위해 거의 매일 야근을 했다. 이런 노력끝에 91년 손익분기매출을 달성했다. 여세를 몰아 93년 1차, 97년말에는 2차 증설을 마무리지었다. 2,000톤(87년)이었던 생산규모가 1만4,000톤으로 늘어나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가 됐다. 특히 2차 증설은 전해동박을 만들때 쓰는 산성물질에 견딜 수 있도록 내부 마감재를 모두 내산성으로 처리했고 벽도 불소페인트로 칠했다. 일진소재산업의 성공은 고도의 도금기술과 정밀표면처리기술에 있다. 이미 12㎛동박은 양산단계에 있고 극박(5~9㎛) 및 파인패턴(FINE-PATTERN)에 적한한 RT·DT·VLP동박 등 첨단제품 개발에도 나섰다. ISO 9002와 ISO 14001도 받아 품질뿐만 아니라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일진소재산업의 빛나는 수출은 고품질이라는 강점을 살려 치열한 국제거래를 유리하게 이끌 줄 아는 국제화된 마인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를 기준으로 단가계약을 하기 때문에 환율변동으로 채산성이 악화되도 이를 수출가격 반영할 수 있다. 대만·중국·홍콩 등이 주수출시장이지만 올해부터는 미국과 유럽 등으로 수출선 다변화도 꾀하고 있다. 金사장은 『전해동박은 고객의 입맛에 맞춰 얼마나 짧은 시간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며 『규모의 잇점 말고도 유연한 생산시스템을 구축해 시장환경에 부응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02)707-9067【박형준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