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시장이 양사체제로 바뀐 이후 앞으로의 경쟁 구도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는 하이트맥주와 OB맥주가 시장을 반분한 가운데 파이를 키우는 윈윈전략으로 갈 것으로 보고 있다.앞으로의 시장 구도와 관련해 지금까지 나온 OB의 반응은 『아직 구체적으로 마련한 안이 없다』이다. 4주동안의 실사를 거쳐 진로쿠어스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알아야 앞으로의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영 행태를 보면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하다.
OB는 합작회사로 출범한 이후 내실다지기로 완전히 돌아섰다. 도매장등에 외상을 깔아놓던 데서 현금결제로 바꿨고 냉장고, 간판등 업소에 지원하던 모든 것을 끊었다. 심지어 TV에 소품지원하던 것도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이익 위주의 경영이 과거처럼 시장점유율이나 매출을 중시하는 쪽으로 갑자기 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도 주목해야 될 부분이다. OB는 지난해 구미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광주공장이 더 오래됐고 지역시장도 더 작다는 것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정이었다. 하이트측은 『이는 수도권 다음으로 큰 영남시장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는 뜻이며 장기적으로는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해석한다. 국내 시장을 독차지하겠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다는 분석이다.
결국 OB는 현재의 시장점유율(51대49)을 유지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하이트는 보고 있다. OB 관계자 역시 『현 브랜드별 점유율은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이같은 판단을 뒷받침했다.
하이트는 내심 현재의 49% 점유율을 60%까지 올리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카스맥주 취급 도매장 가운데 상당수가 하이트측에 가담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달 판매량이 IMF 체제 이후 처음으로 700만상자(500㎖ 20병들이)를 넘어선 것이 이러한 반사이익이 현실로 나타난 것으로 파악한다.
하지만 하이트 역시 과도한 경쟁은 생각지 않고 있다. 상대가 치고 나오지 않는 이상 대응을 자제하겠다는 방침이다. 매출은 늘어도 적자는 계속되는 기존의 경영방식으로는 살아남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양사의 이같은 생각은 시장환경이 과거와 다르다는 데서 비롯된다. 지금의 맥주시장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위주로 변했다.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제품이 팔리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무리한 경쟁은 할 필요도 없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한기석기자HANK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