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결혼을 앞둔 아들에게

네가 이 편지를 받을 즈음에는 너의 결혼식이 D-20일 정도 남아 있겠구나. 이번 출장 중에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지에서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읽었다. 멀리 떨어진 아들들에게 편지로나마 예절과 사람의 도리에 대해 스승처럼 가르치고 때로는 친구처럼 허물없이 대하는 것을 보고 예나 지금이나 세상이 변해도 부모의 자식에 대한 곡진한 마음은 한결같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보면 다산의 먼 발끝에도 못 미치는 무심하고 무뚝뚝한 아버지였지만 너의 결혼을 축복하며 난생처음 너에게 편지를 보내는 내 마음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이해해다오. 하루하루 작은 드라마와 같은 우리네 삶이지만 그래도 일생을 통해 특히 의미 있는 날은 아기의 탄생과 더불어 결혼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어렸을 적 옆집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삼신할머니는 아주 가느다란 실을 한쪽 끝은 남자아기 새끼발가락에, 또 다른 쪽은 여자아기 새끼발가락에 매어놓는단다. 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 지구 끝에 산다 해도 만나게 되고 사랑하게 된단다.” 이제 석환이의 새끼발가락과 주연이의 새끼발가락에 매어진 가느다란 실이 결국은 서로를 찾은 것이다. 이 세상에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서로가 서로를 찾음, 한마디로 아주 독특한 ‘만남’이 이뤄진 것이지. 이 만남은 ‘난 널 정말 좋아해’ 하는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너가 있기 때문에 나는 행복해’ 하는 양보하는 마음, ‘너 아니면 절대 안돼’ 하는 고집스러운 마음, 그리고 ‘네가 간혹 무슨 실수를 해도 괜찮아’ 하는 이해하는 마음이 합쳐지는 신비의 만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미국의 비평가이자 작가인 C.S 루이스의 유명한 말이 있다. ‘I love you not because…but although’. ‘때문에 널 사랑하는 속좁은 사랑이고…에도 불구하고 널 사랑해'가 진정한 사랑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결혼은 서로 믿고 사랑하고 이해하고 이제껏 이세상의 중심은 나였지만 이제는 너와 나 ‘우리’가 이 세상의 중심이 되는 그런 만남이다. 두 사람이 살아갈 때 분명 어려운 일에 맞닥뜨릴 때가 있고 의견을 달리하거나 다툼이 있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역할 바꾸기’를 해보거라. 저 사람이 왜 저렇게 생각할까, 왜 저런 느낌을 가졌을까, 나라면 어떨까라고 생각하면 서로를 이해하고 다시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우리가 될 것이다. 잔소리 같은 편지가 되었다만 무슨 거창한 말이 필요 없을 것 같구나. 바로 지금 너희 두 사람이 가진 마음, 둘만 함께하고 싶은 마음, 바로 지금 서로를 좋아하고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 그 마음만은 영원히 잊지 말기를 바란다. 결혼을 축하한다. 예쁘고 아름답게 살아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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