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갑수 한국가스공사사장(월요초대석)

◎“경영혁신,신명나는 일터 만드는것”/조기출퇴근제 도입 등 직원자률제고 역점/“안전은 선택아닌 가치” 실적보다 앞서야/도시가스 요금 너무 낮아 「원료비 연동제」 도입 필요한갑수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한국능률협회가 주관하는 경영관련상을 거의 싹쓸이하다시피해 화제가 되고 있다. 한사장은 최근 능률협회 주관의 「97 생산혁신대회」에서 생산혁신대상 최고경영자상을 수상한데 이어 오는 22일 시상 예정인 「97 신경영혁신대회」에서도 경영혁신대상과 최고경영자상을 받을 예정이다. 공기업 경영인이 생산과 경영혁신 부문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둬 최고경영자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한사장은 한국능률협회가 우수 경영업체에 대한 시상제도를 만든 이래 처음으로 생산과 경영 두 분야를 동시에 석권, 협회 전문가들조차 놀라게 했다. 옛 경제기획원 차관을 지낸 공무원 출신의 한사장이 이제 전문경영인으로 변신에 성공, 그 능력을 전문가들에 의해 인정을 받은 셈이다. 한사장은 지난 94년 12월 서울 아현동 가스폭발사고 이후 사태의 뒷수습을 맡은 「소방수」로 투입된 이래 지난해 가스공사의 제2 창업을 선언하면서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엔돌핀이 마구 솟아나 직원들이 신명나게 일하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사장은 「신상필벌」이 아닌 「신상필상」의 경영을 강조했다. 한사장을 만나 경영혁신 성공비결과 앞으로의 비전 등을 들어봤다. □대담=김준수 정경부 차장대우 ○「신상필상」 경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일반적으로 공기업하면 경영혁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 한사장의 이번 수상은 이런 통념을 깨뜨리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제2창업까지 해가면서 혁신바람을 일으킨 배경은 무엇입니까. ▲94년 12월에 취임해보니까 회사형편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아현동 폭발사고 때문에 여론의 질타를 받아 직원들의 어깨는 축 처져 있었고 「시키는 일만 한다」는 수동적 자세로 일관하는 간부들이 많았지요. 회사 발전비전이나 전략조차 없이 겉돌고 있었습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서울대에 경영혁신을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해 5월부터 경영혁신을 추진했습니다. ­공기업이 경영혁신대회에 참가한 것은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동안 추진해온 경영혁신운동을 공신력있는 외부기관으로부터 객관적으로 평가받아본다는 취지였습니다. 굳이 상을 받겠다는 의도는 없었는데 상을 준다니까 놀랐습니다. ­조기출퇴근제도를 실시하고 있다는데 직원들의 불만은 없습니까. ▲노조에서 설문조사를 하니까 84.7%가 찬성했다고 합디다. 아침 7시30분에 일찍 출근하지만 4시30분이면 밖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원하는 직원들에게는 외국어학원이나 수영장을 등록해 줬더니 반응이 좋아요. 하지만 아침 9시까지 한시간 반은 집중근무를 하게 합니다. 가급적이면 외부전화도 받지 않고 일에 몰두하게 독려하는 셈이지요.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를 거두었습니까. ▲우선 업무효율이 높아졌다는 겁니다. 종전에는 하루종일 걸리던 일을 두시간만에 해치우는 직원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현장도 마찬가집니다. 94년만해도 생산수율이 98.92%에 불과했습니다. 가스중에서 1.08%가 생산이나 공급과정에서 새어나갔다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 99.63%로 높아졌습니다. 이로 인해 연간 경상수익이 87억원이나 늘어났습니다. 당초 올해 목표를 99.6%로 세웠는데 달성한 셈이지요. ○매출·수익 쑥쑥 ­경영혁신 과정에서 감사원으로부터 상당한 지적을 받았다는데요. ▲작년에 제2창업을 표방하면서 직원들의 징계기록을 모두 말소했더니 감사원으로부터 경고를 당했습니다. 감사원장을 만나뵙고 『새출발을 위해 불가피했다』는 취지를 말씀드렸더니 너그러이 이해해 주셨습니다. ­경영성과는 매출로 나타나는데 올해 예상은 어떻습니까. ▲3조6백40억원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지난 94년 매출이 1조5천4백억원 규모였던 것을 보면 꽤 늘어났지요. 혁신운동 이전인 92년부터 95년까지는 평균잡아 연간 2천7백87억원씩 매출이 늘었는데 작년부터 캠페인을 벌였더니 7천5백82억원이 늘었습니다.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해준 덕분이지요. ­평소에 안전부문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안전은 선택이 아닌 가치입니다. 아무리 경영실적이 좋아도 안전이 무너지면 회사가 위기를 맞게 됩니다. 안전은 옷과 다를 바 없습니다. 늦잠을 잤을 때 집에서 밥은 안먹고 나올 수 있지만 옷을 입지않고는 나올 수 없듯이 안전도 선택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세계 5위 목표 ­회사 정문을 들어서다 보니까 「KOGAS 6.5.4」란 현판이 보이던데 무슨 의미입니까. ▲2000년에 매출 6조원을 달성하고 세계 5위, 국내 4위의 가스회사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모은 것입니다. 2000년에 가스 판매량 2천만톤을 달성하면 현재의 세계 14위에서 5위로 뛰어 오릅니다. 또 매출액 6조원이면 한국전력, SK, LG정유에 이어 국내 4위가 됩니다. ­인천 액화천연가스 인수기지가 곧 준공되는데 어떤 효과가 있습니까. ▲장충체육관 크기의 저장탱크가 25개나 세워졌습니다. 이만하면 그 규모를 아시겠지요. 90년부터 1조5천5백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건설공사를 벌여왔습니다. 이번 준공에 따라 연간 2백만톤을 인천에서 생산해 수도권에 곧바로 공급할 수 있게 됩니다. ­현재의 도시가스 요금이 적정한 수준이라고 보십니까. ▲솔직히 말해 너무 낮습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료비 손실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까지 1천4백33억원이나 돼요. 이런 부담을 원가절감 등 자체적으로 흡수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경영에 압박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요금을 조정하지 않을 경우 경영여건이 악화되면서 현재 추진중인 전국 배관망 건설사업에 차질을 빚을까봐 걱정이 됩니다. ­가스가격을 올리면 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물가당국이 반대를 할텐데요. ▲지금의 도시가스 요금제도는 기준유가나 환율의 변동에 따른 원료비 부담을 공급자나 소비자가 그대로 떠안도록 불합리하게 돼 있습니다. 따라서 공급기업의 경영안정과 소비자부담의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원료비 연동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지요. ▲원료비 연동제란 유가나 환율의 변동에 따라 실제도입 원료비가 요금상 원료비의 일정범위를 초과했을 경우 도매요금과 소매요금을 자동조절해 주는 것입니다. 도입원료비에 1.5% 이상의 변동이 있을 경우 2개월 단위로 이를 요금조정에 반영해주는 것입니다. 정부와 협의한 뒤 시행해볼 생각입니다. ­다음달이면 천연가스 판매가 1천만톤을 돌파합니다. 앞으로도 상당한 수요가 예상되는데 물량확보를 어떻게 할 것입니까. ▲오는 2000년까지의 물량 부족분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호주 카타르 오만 등 기존 생산국에서 잉여물량을 도입할 계획입니다. 이들 국가와 협의를 하고 있습니다만 내년 상반기까지 계약을 체결할 것입니다. 그리고 2000년 이후의 소요물량은 예멘이나 인도네시아 호주 등의 신규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경제성과 안정성 등을 종합 검토한 뒤 도입을 추진할 생각입니다.<정리=한상복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