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줄기세포 '바꿔치기' 당했나 '자작극'인가

연구진 11월까지 왜 '바꿔치기' 몰랐나…의문점 많아

황우석 교수가 갖고 있는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주가 모두 미즈메디 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인 것으로 29일 공식 확인됨에 따라 황교수팀이 주장하고 있는 줄기세포 `바꿔치기'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바꿔치기 논란은 황교수팀의 주장대로 김선종 연구원과 제3의 인물들이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미즈메디 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로 `바꿔치기'를 했는지와 아니면`바꿔치기' 자체가 황 교수팀의 `자작극'이었는지로 크게 압축되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대 노정혜 연구처장은 "(줄기세포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입증할 과학적 데이터도 황 교수팀이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서울대 조사위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는 `바꿔치기'를 당할 줄기세포가 황교수팀에 처음부터 없었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황 교수측은 22일 김선종 연구원 등을 `범인'으로 지목한 검찰 수사 요청서에서김 연구원이 미즈메디 세포를 초기 배양을 준비 중이던 황 교수팀의 세포덩어리와뒤섞어 진짜 세포를 가짜 미즈메디 세포로 `바꿔치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현수 한양대 의대 교수는 28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황 교수 연구원들이 배양훈련을 위해 4∼5개월씩 미즈메디 병원에 있어 이 과정에서 미즈메디세포가 비공식적인 경로로 황 교수팀에 유입됐을 수 있다"며 "김 연구원 모르게 황교수팀의 누군가가 미즈메디 병원의 줄기세포로 바꿔치기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고 `자작극' 가능성을 제기했다. 윤 교수는 "미즈메디 줄기세포들은 6개월마다 DNA 검사를 통해 진위 상태를 점검하며 이런 바꿔치기 주장은 평소 DNA검사 등의 확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는연구팀에서 나올 말"이라며 황 교수팀을 비난했다. 황 교수측을 대변해 검찰 수사를 요청한 문형식 변호사는 "황 교수팀 내부 조사결과 초기 배양 단계에서 누군가 바꿔치기 하지 않고서는 세포가 미즈메디 것으로바뀐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모든 진상은 검찰 조사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서울대 조사위가 최종 검증 결과를 발표하는 1월 초이후 수사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그러나 정황을 둘러싼 의문점이 많아 진상 파악에 적지않은 어려움이따를 전망이다. 과학계 등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을 정리해 본다. ◇ 황 교수 등은 왜 가짜 몰랐나 = 줄기세포 전문가들은 세포덩어리와 미즈메디수정란 줄기세포가 뒤섞였다면 현미경으로 매일 아침 세포 상태를 확인했다는 황 교수팀이 이 사실을 곧바로 눈치 못 챘을 리가 없다고 지적한다. 포천중문의대 세포유전자치료연구소 정형민 교수는 "이미 수립된 수정란 줄기세포의 경우 증식 속도가 눈에 띌 정도로 빨라 5∼6일 사이에 엄청나게 불어나지만 복제배아 세포덩어리는 이에 비해 성장이 크게 떨어진다"며 "이는 (현미경을 이용해)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세필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장도 "황 교수팀의 세포덩어리가 20여개의 세포가뭉친 형태인 반면 미즈메디 줄기세포는 수천개의 세포가 합쳐진 `콜로니' 상태"라며"연구팀이 이 둘을 바로 구분 못했다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 DNA 검사는 다 허구인가 = 진본 세포가 미즈메디 것으로 대체된 점을 지난 11월18일 전까지는 몰랐다는 황 교수팀 주장을 사실로 인정해도 문제는 남는다. 황 교수팀이 지난 3월 15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제출한 논문에는 11개 줄기세포의 DNA 데이터가 환자의 체세포와 모두 일치하는 것으로 나와 있기 때문이다. 황 교수측의 주장대로 초기 배양 중인 세포가 엉뚱한 미즈메디측 세포로 바뀌었다면 이 논문의 DNA검사 결과가 `불일치'로 나와야 한다. 문제를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논문의 데이터를 모두 허위로 썼다고 가정해도 최소한 세포들에 DNA검사를 했다면 논문을 내기 전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지적이다. ◇ 김선종 연구원, `바꿔치기' 동기 있나 = 김선종 연구원이 왜 황 교수 연구실에서 배양세포를 미즈메디의 것으로 둔갑시켰는 지도 의혹을 불러오는 대목이다. 서울대 소속 연구원도 아니었던 그가 외부인의 불편한 처지를 무릅쓰고 당시 연구실에서 세포 대체를 감행할 만한 동기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도 "서울대 연구실을 출입하는 ID카드도 없었고 작업 때는 항상 황 교수측 연구원과 함께 동행했다"며 "황 교수팀의 셀(세포)을 가져간다고 해서 내게 돌아오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측은 김 연구원이 ▲복제배아에서 떼낸 세포덩어리의 배양을 맡았다는점 ▲배양 용기를 직접 미즈메디에서 가져왔다는 점 ▲가짜 세포가 미즈메디에서 공개를 안 한 세포인 점 이외에는 그의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다른 근거를 제시하지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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