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당권주자 '2강(强)'으로 꼽히는 강재섭(姜在涉) 전 원내대표와 이재오(李在五) 원내대표가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한동안 전당대회와 관련해 침묵으로 일관해왔던 이들은 이달 중순부터 당내외활발한 접촉을 통해 각자의 비전을 제시하고 비교우위를 내세우는 등 사실상 경선체제에 돌입했다.
두 사람간 대립각은 상이한 출신 및 이념성향에서 비롯되고 있다. 강 전 원내대표는 검사 출신으로 민정당을 통해 정계입문했고 이 원내대표는 재야활동을 하다 민중당 창당의 주역으로 활동하면서 정치를 시작했다. 강 전 원내대표가 '통합', 이원내대표가 '개혁'을 내세우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포문'은 이 원내대표가 먼저 열었다.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7.26 재보선공천 문제에 대해 "깨끗하고 미래지향적인 흐름에 부합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것.
'과거회귀' 논란을 촉발시킨 강삼재(姜三載. 마산갑 공천신청) 전 사무총장을지지한 강 전 원내대표에 대한 견제구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강 전 원내대표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강삼재 전 총장에 대한 엄호는 개인적 인연때문이라고 해명하면서 "당이 구태의연하게 회귀해선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자신을 '민정계'라고 비판하는 이 원내대표측을 겨냥, "지금 계파를 따질때냐. 내가 민정계면 이재오는 민중계"라며 정체성 문제를 제기했다.
아울러 이 원내대표와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의 친분을 겨냥, "특정주자와 가까운 사람이 대선후보 선출을 관리하면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고 당이 깨질 수 있다"며 대선주자간 등거리를 유지하는 '심판형.통합형' 대표론을 주창했다.
이러자 이 원내대표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민중계'와 '특정 대선주자 친분' 지적에 대해 '맞불'을 놓았다. "민주당과 국민중심당, 뉴라이트(신보수)를 아우르는 '범(汎) 우파연합'을 추진하겠다"며 "대선후보 경선은 별도구성될 경선관리위에 맡기겠다"고 밝힌 것.
이와 관련, 강 전 원내대표는 이날 방송 인터뷰를 통해 "범 우파연합은 내가 먼저 꺼낸 이야기"라며 "사회 각계각층, 깨끗하고 생각이 같은 사람이라면 다 모으겠다"며 더욱 포괄적인 개념의 외연확대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면서 "대표가 되면 여당이 날치기로 통과시킨 사학법을 반드시 재개정하겠다"며 사학법 재개정을 기치로 당선된 이 원내대표를 간접 압박했다.
당권 고지를 향한 이들의 신경전은 오는 27일께 강 전 원내대표의 공식 출마선언과 함께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