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심한 미·일·호보다 심각… 경제회생 최대 장애/숙련 인재양성·적재적소에 재배치 경쟁력 제고를/정부도 세인하·사교육비 억제 근로자부담 줄여야노동쟁의에 따른 노동손실 일수가 우리나라는 피고용자 1천명당 1백20일을 초과, 일본은 물론 노사대립이 심한 미국·호주 등보다 노사대립에 따른 손실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쟁국인 대만의 노동손실 일수는 10년여년동안 거의 없는 수준이어서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사간의 타협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30일 「노동환경 변화와 노사협력의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3월중 실업률이 3.4%까지 치솟는 등 고용불안이 확산되고 노동법 개정에 따른 갈등의 여지가 남아 있어 경제를 되살리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사협력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보고서 주요내용 요약.<편집자주>
세계가 무한경쟁 시대로 접어들면서 노동시장은 커다란 변화를 맞고 있다.
우선 한 나라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인적자원의 질이 점차 중시되고 있다. 고부가가치가 주로 지식과 정보에 의해 창출될 뿐 아니라 제조업에 있어서도 생산방식이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변화, 숙련된 인적자원이 경쟁력의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인적자원의 질 향상을 위해선 무엇보다 시장변화에 발맞춰 인력을 신속하게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산업간 인력재배치는 물론 기업내에서도 실적에 대응한 인력관리가 기업 생존의 관건이 되고 있다.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의 경우 노동시장이 유연하여 신규채용도 활발히 진행, 지난해 실업률이 23년만에 최저치인 5.4%를 기록한 바 있다. 반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해고제한으로 고용이 경직된데다 임금도 생산성 증가율을 웃도는 경직적 상승세를 보여 경쟁력 제고에 제동을 걸어왔다.
또 개별근로자의 능력과 욕구가 다양해짐에 따라 집단적 노동조합운동이 위축되고 개별적 인력관리가 확산, 각국의 조합조직률이 하락하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노조조직률이 50년대 35%수준에서 94년 15%로, 일본은 전후 50%대에서 지난해 23%, 영국도 79년 57%에서 93년 40%로 하락한 반면 한국은 아직 개별적 인적자원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집단적 노사관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를 둘러싸고 세계 각국은 공통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지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사간 마찰을 최소화시키려면 노사간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노사 협력에 따른 노동시장 유연화는 고임금·고효율체제에 따른 인적자원 수준향상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아직 대립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피고용자 1천명당 노동손실일수는 94년 기준으로 1백20.7일을 기록, 일본(1.6일)은 물론 노사분규가 잦은 미국(46.5일)이나 호주(75.5일)를 크게 앞질렀다. 특히 경쟁국인 대만은 93년이래 연속 2년간 노동손실일이 0.0일로 쟁의에 따른 손실이 전무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노동손실은 87년당시 7백55.8일을 기록한데 비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긴 하나 영국, 스웨덴, 싱가포르 등을 포함한 비교대상 9개국중에선 여전히 최고 수준이다.
이후 95년 30.9일, 지난해 68.5일로 손실일수는 감소추세에 있으나 지난해 노동법개정에 따른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어 노사관계는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 협력적 노사관계와 유연한 노동시장을 구축해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선 지금까지의 관행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노사협력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고용안정과 교육훈련을 제공, 우수기술을 보유함과 동시에 기업의 발전과 자신의 발전을 동일시할 수 있는 핵심근로자를 육성해야 한다. 회사측은 이들과 임금교섭 협의뿐 아니라 생산성 향상, 성과배분, 종업원훈련, 복지 증진 등 다양한 과제를 놓고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지속하여 노사간 신뢰를 양성해야 한다.
협력적 노사관계를 위해선 노동조합도 변해야 한다. 노조는 단체교섭 일로의 노선에서 벗어나, 다양화하는 근로자의 욕구를 적절히 충족시킬 수 있도록 스스로를 혁신해야 한다.
정부도 물가 안정과 근로소득세율 인하, 사교육비 억제정책을 펴서 근로자의 가계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직업훈련 강화에 적극 나서 노사 상호간의 이익 증대를 통한 협력관계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증대시키기 위해선 핵심근로자를 집중 육성, 고임금을 적용하고 중요성이 떨어지는 주변 업무에 대해선 임시고용이나 파견, 하청 등 아웃소싱을 활용하는 것이 노동비용 절감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단 고용의 유연화가 핵심인력을 유출시켜 역효과를 불러올 위험도 있으므로 기업의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인력자원의 질적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우수인력의 확보는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을 억제하고 해외기업의 국내진출을 촉진, 고용 기회를 확대시킴으로써 문제 해결의 핵심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인력개발을 위해선 기업이 주체가 되고 정부가 이를 간접 지원하는 형식이 바람직하며, 직업훈련제도는 사내훈련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기업은 근로자의 동기유발을 위해 고용보험에서 근로자의 능력 발전에 따라 훈련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실질적 지원체제를 마련하고 연공이나 학력이 아닌 철저한 능력중심의 인력관리를 실현, 숙련된 인력육성에 나서야 한다.<신경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