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륭농상/접목선인장 일 제치고 “우뚝”(해외로 뛰는 중기)

◎일 농가서 육종기술 몰래 터득,성공률 높여/국내업계 성장 주도,연 100만불이상 수출한륭농상(대표 김병권)은 접목선인장 전문 수출업체다. 접목선인장이란 일반 선인장의 대목(일명 삼각주)에 여러 색상의 선인장을 접목, 마치 선인장이 꽃을 피운 것처럼 보이게 한 선인장을 말한다. 이때문에 7월경 레몬처럼 생긴 노란꽃을 한 번 피우는 일반 선인장과는 달리 일년 내내 선인장 꽃을, 그것도 각양각색의 꽃을 감상할 수 있다. 지난 78년 조경사업으로 출발한 한융농상이 접목선인장을 주력상품으로 해 수출에 나선 것은 접목선인장의 뛰어난 상품성 때문이다. 접목선인장은 일반 화훼류와는 달리 물을 주지 않더라도 3개월 이상은 본래의 모양을 유지하며, 여기에 약간의 관리만 해주면 수명이 2∼3년까지 간다. 또한 접목선인장은 평당 1천5백여개나 심을 수 있으며 1년에 1.5내지 2모작이 가능, 여타 화훼류에 비해 생산성이 높다. 개당 생산원가를 2백원만 잡더라도 접목선인장 생산농가는 1년에 평당 60만원의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 접목선인장의 우수한 상품성은 수출과정에서 두드러진다. 보통 일반 화훼류는 절취된 상태로 1주일을 넘기기 힘들다. 그런만큼 신선도 유지에 비용 또한 엄청나다. 반면 접목선인장은 뿌리를 제거한 상태에서 썩지 않도록 10일간 건조시키고, 여기에 운반을 위해 필요한 5∼6일등을 합쳐 평균 15일이 지나도 싱싱함을 잃지 않는다. 특히 접목선인장은 새로운 품종을 얼마든지 육종할 수 있기 때문에 상품 종류도 무제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접목선인장의 우수한 상품성을 처음 발견한 것은 일본이다. 지금은 구품종이 됐지만 머리부분이 빨간 지노칼리시움 미하노비치는 비모란이란 이름으로, 머리부분이 노란 옐로우 실버스트리는 산취란 이름으로 40년전 일본에서 처음 선을 보였다. 당시 일본 접목선인장업계는 세계시장 독점을 위해 종자 및 육성기술의 누출을 차단했으며, 선인장을 아는 사람에게는 상품을 파는 일조차 금기시했다. 이같은 장벽을 처음으로 깬 사람이 바로 김병권 사장(48)이다. 김 사장은 일본 방문때마다 선물용으로 양주와 인삼 담배를 준비, 생산농가를 찾았다. 일본 생산농가에서 육성기술을 알려주기를 꺼려 했지만 김사장은 수차례의 어깨너머로 한 두가지씩의 기술을 익혔다. 중학시절부터 선인장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던 김사장의 기초지식이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한융농상이 처음 접목선인장을 수출한 것이 바로 창업 당해년도인 지난 78년이다. 수출 대상국은 다름아닌 화훼왕국 네덜란드. 한융농상은 특히 출발이 늦었음에도 접목선인장 육성에 전념, 일본을 따돌리는 쾌거도 이룩했다. 한융농상은 접목 성공율을 50∼60%에서 최고 95%로 높혔으며, 선인장 이름도 우리식으로 대체해 세계적으로 통용되게 했다. 또한 일본 접목선인장업계는 대목이 9㎝에 머리크기가 3∼3.5㎝인 접목선인장만을 수출했으나, 한융농상은 규격외의 대목을 버리지 않고 활용하기 위해 대목이 6㎝고 머리크기가 2∼2.5㎝인 미니 사이즈(mini size)와 대목이 12∼14㎝에 머리크기가 4.5∼5㎝인 라지 사이즈(large size)를 새로 만들어 냈다. 한마디로 접목선인장 원자재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면서도 상품 선택의 폭을 넓힌 것이다. 한융농상의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국내 접목선인장업계는 현재 세계시장의 85%를 점유하고 있으며, 한융농상 역시 연 1백만달러 이상의 접목선인장을 수출하는 선도기업이 됐다.<정구형>

관련기사



정구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