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억만장자이자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칼 아이칸(사진)이 이번에는 미국의 대표 기업인 애플을 공격하고 나섰다. 애플에 1,460억달러의 막대한 현금을 쌓아놓지 말고 자사주를 매입해 지난해 9월 이후 30%나 떨어진 주가를 부양하라며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아이칸은 1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현재 극단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애플 지분을 대거 확보했다"며 "팀 쿡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과거보다 더 큰 규모의 자사주 매입이 지금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애플은 성명에서 "팀 CEO와 아이칸이 매우 긍정적인 대화를 했다"고 확인하면서도 구체적 대화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현재 아이칸이 보유한 애플의 지분 가치는 10억~15억달러로 추정된다. 애플 시가총액인 4,500억달러의 1%선에도 크게 못 미치지만 그의 지분매입 효과는 컸다. 애플 주가는 이날 전날보다 4.75% 급등한 489.57달러로 장을 마쳤다. 지난 1월23일 이후 최고치다.
아이칸은 저평가돼 있거나 현금이 많은 기업의 경영권에 간섭해 차익을 얻는 주주행동주의자로 유명하다. 2006년에는 KT&G의 경영권을 공격해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고 올 들어서는 델 인수를 놓고 창업자인 마이클 델과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은 3%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주당 525달러 정도에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다"며 "실적이 개선되지 않더라도 주가가 625달러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도 "애플이 지금 당장 1,5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순이익이 10% 늘어나면 주가가 70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아이칸의 압박이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자사주 매입 기대감이 높아지고 투자가들이 올 가을부터 출시할 저가 아이폰, 스마트TV 등 신제품 시리즈에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실제 애플이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수다. 파이퍼제프리의 진 먼스터 애널리스트는 "아이칸의 투자는 앞으로 6개월간 애플의 미래가 밝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주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애플이 진행 중인 자사주 매입계획에 큰 영향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쿡 CEO는 올 초에도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 그린라이트캐피털의 데이비드 아인혼 회장이 보유현금을 풀라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어리석은 쇼"라고 일축한 바 있다.
허드슨스퀘어리서처의 대니얼 언스트 애널리스트도 "애플은 이미 시중에서 자금을 빌려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애플이 쌓아놓은 1,460억달러의 현금은 대부분 해외에서 벌어들인 것으로 미국 내로 들여오려면 막대한 세금을 물어야 한다. 애플은 4월 2015회계연도 말까지 6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계획을 발표했고 지난달 6월까지 160억달러어치를 사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