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남북정상회담] 전문가 긴급대담

"대선 영향은 미미…경협논의 '상생' 초점을"<br>■ 참석자 : 정영태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동용승 삼성경제硏 경제안보팀장


[남북정상회담] 전문가 긴급대담 "대선 영향은 미미…경협논의 '상생' 초점을"■ 참석자 : 정영태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동용승 삼성경제硏 경제안보팀장 정리=신경립기자 klsin@sed.co.kr 안길수기자 coolass@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 국내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DJ정권 이래 이어진 대북정책의 맥락을 잇는 이번 정상회담이 차기 정부에서도 연속성을 갖고 한반도 평화 절차를 이끄는 역할을 하게 될 이라는 데 의의를 뒀다. 청와대의 정상회담 개최 발표 직후 충무로 서울경제 사옥에서 긴급 대담을 가진 정영태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과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이번 정상회담은 앞으로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는 데 있어 중요한 첫 발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남북관계 발전 및 국제정세 안정에서 갖는 의미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대선을 불과 4개월 앞둔 민감한 시기에 이뤄질 정상회담이 정치적 갈등을 유발하거나 차기 정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실현 불가능한 합의내용을 담아서는 안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의의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정영태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남북한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행시키기 위해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한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결정된 이번 정상회담은 평화 절차를 구체화시키는 이정표를 제시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남북한 관계가 한단계 도약하는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년 후 들어설 차기 정부에서도 한반도 평화절차가 단절되기보다는 참여정부로부터의 연속선상에 놓이게 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와 한반도 비핵화 등이 진전되고 정상회담이 정례화됨으로써 한반도 정세가 안정을 유지하는 계기가 된다면 이번 정상회담은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또한 국제 정세면에서도 그동안 남북한보다는 주변국의 이해관계에 얽혀 있던 한반도 문제에서 당사자들이 균형의 추를 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다만 지금이 대선을 앞둔 예민한 시기인 만큼 이번 회담이 차기 정부에 부담을 주는 내용을 담아서는 안 될 것으로 본다. 이번 회담은 너무 앞서가지 않는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합의 도출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회담은 6ㆍ15 정상회담의 내용을 재확인하고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본입장을 정리하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정상회담의 정례화, 한반도 비핵화 및 정세 안정, 경제협력의 틀 마련이라는 네 가지 부문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영태 실장=이번 회담은 상당히 실무적인 성격을 띨 것으로 본다. 6ㆍ15 회담의 상징성이나 의전이 상당 부분 생략되고 본격적으로 이끌어내야 할 협의사항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가 오갈 것으로 본다. 그럼으로써 장기적인 비전 아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로드맵을 작성하게 될 것이다. 회담 결과 양자가 로드맵에 따른 절차에 따르겠다는 평화선언이 발표될 수도 있는데 상징적인 선언에 그치지 않고 보다 구체적인 이행내용까지 약속하는 진일보한 평화선언을 도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도 우리 측은 꾸준히 정상회담을 요구해왔는데 김정일 위원장이 이번에 대화에 응한 것에 어떤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하는가. ▦정영태 실장=2ㆍ13 합의 이후 북한이 국제적인 제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북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선 경제문제 해결이 가장 중요하다. 실질적인 금융제재에서 벗어나고 금융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북한 입장에서는 남한을 최대한 활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정상회담은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신뢰구축 및 국내 경제발전을 위한 본격적인 남북협력기반 구축 효과가 크다고 본 것이다. 또 하나, 남한의 대선구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도 부수적이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북한의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사실 김정일 위원장은 매우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지도자다. 군사력의 중요성을 믿는 한편으로 대외정책에서는 과감성을 보인다. 그런 면에서 김 위원장이 이번 회담에 응한 것도 실용적 리더십의 도출과정으로 봐야 할 것이다. ▦동용승 팀장=말씀하신대로 북한의 의도는 정치ㆍ군사ㆍ경제적으로 매우 다양하다. 덧붙여 말하자면 북한이 핵실험 이후 한반도 문제에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번 회담이 평양에서 이뤄지는 것도 결국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주도권을 획득했다는 정치적인 효과를 노린 것일 수 있다. 물론 북한 입장에서는 경협 확대 차원에서 갖는 의미도 크다. 남한의 대북지원은 북한 지도부의 체제 운영에 있어서 중요성이 매우 크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남북 경협에 어떤 구체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동용승 팀장=회담이 경협에 구체적으로 미치게 될 영향을 예상하기는 아직 어렵다. 경협은 북한경제 내부의 개혁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는 만큼 당장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고 이미 현 상황에서 진행 가능한 경협 활동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상태에서 더 나아간다면 이는 결국 한국의 일방적인 대북 지원을 유도함으로써 우리나라에 부담을 주는 결과만 낳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회담에서의 경협 논의는 남한 측의 일방적인 부담이나 지원이 아닌 상생의 방안 모색에 초점을 맞춰 이뤄져야 할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이뤄졌던 각 부문별 합의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경협의 제도적인 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협을 각론이 아닌 하나의 큰 틀로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남한의 일방적인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북한도 남한에 투자하고 물건을 판매하는 등 실질적인 상호교류 논의가 필요하다. 홍콩-중국의 경우처럼 남북한간 자유무역협정(FTA)이라고 볼 수 있는 ‘경제협력강화약정(CEPAㆍCloser Economic Partnership Arrangement)’을 체결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회담이 남북관계뿐 아니라 남남 갈등에도 어떤 영향을 미치리라고 보는가. ▦정영태 실장=물론 어느 사회나 극단적인 계층에 있어서는 나름대로 충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양극단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대다수 국민들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의 명분에 동의를 하고 그것을 희망하는 마음이 강하다. 때문에 남남 갈등이라든가 하는 극단적인 충돌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동용승 팀장=남남 갈등은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있어왔는데 과거 사례를 보면 오히려 정상회담으로 인해서 갈등이 줄어들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는 항상 존재하고 이번에도 어느 정도 견해 차이는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국내적으로 민감한 현 시점을 감안할 때 남남갈등보다는 정치적 충돌이 부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남북관계가 북핵 6자회담이나 북미관계보다 앞질러간다는 우려도 있다. 주변국 입장과 앞으로 한미 공조관계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보는가. ▦정영태 실장=이번 회담은 미국 입장에서 큰 호재다. 미국으로서는 핵 비확산을 위해 한반도가 좋은 샘플 케이스가 될 수 있고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분위기를 띄워주는 역할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미 공조관계에 미칠 영향도 긍정적이다. 정상회담은 6자회담과 무관하게 불균형적으로 진행되는 절차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이고 선순환적인 절차다. 중국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일본의 경우 핵문제가 해결되기 앞서 진행되는 정치적 진전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동용승 팀장=비슷한 의견이다. 미국은 정상회담이 비핵화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면 적극 찬성할 입장이고 무엇보다 이번 회담은 어차피 한미 공조의 일환으로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는 중국에도 정상회담은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납치문제 이후 한반도 문제에 보수적이고 한일관계도 매끄럽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은 이번 정상회담을 내심 불편해 할 수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을 앞둔 정상회담에 의혹의 시선도 있는데 이번 회담이 대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 ▦정영태 실장=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DJ정부로부터 넘어온 공이 참여정부에서 결실이 맺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대북정책에 대한 좋은 평가는 현 정부의 신뢰도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이번 회담이 대선의 직접적인 판도 변화를 야기할 정도의 영향력을 갖게 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한나라당도 북한 문제에 관해서는 전향적이고 유연한 비전을 내놓고 있으므로 여야를 막론하고 한반도 평화에 대한 입장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다. -노무현 정권 임기가 반년도 남지 않는 상황에서 갑자기 정상회담이 이뤄지게 됐는데 현 정권의 대북정책이 어떻게 마무리될 것으로 보는가. ▦정영태 실장=임기는 6개월 남았지만 남북관계의 발전 일정에서 봤을 때 이번 정상회담은 분절적인 것이 아니라 연속적인 개념선상에서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 정부 임기가 단 1개월 남은 상황이었더라도 이번 정상회담은 평화 프로세스의 초석을 놓는 데 있어서 첫 걸음을 내딛는 것이었음에 틀림없다. 첫 걸음을 떼면 그 다음 걸음이 이어진다. 결국 다음에 어떤 정부가 들어와도 장기적 비전하에 남북관계의 발전을 이끄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어차피 남북관계는 초정부적ㆍ초당적인 개념으로 봐야 한다. 이번 회담에서 어떤 합의가 도출될지는 모르지만 차기 정부가 부정할 수는 없는 내용이 담길 것이고 결국 차기 정부에서도 연속성은 지켜질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세부 과정에서 약간의 수정은 있을 수 있겠지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기본 방향과 절차 이행을 위한 장기적인 로드맵 수행은 큰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동용승 팀장=차기 정부로의 연속성을 갖게 될 것이라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실 참여정부의 정책은 비단 대북정책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차기 정권이 정책을 이어갈 수 있게끔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왔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 역시 내년에 어떤 정권이 들어와도 참여정부의 연장선상에서 대북 정책이 이뤄지게 하는 계기를 만든다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것이 참여정부 대북정책의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입력시간 : 2007/08/0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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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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