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김중수 "경상흑자 환율 덕 아니다" 미국 시장개입 비판에 반박

"설비투자 회복 여부 불투명" 한은 기준금리 6개월째 동결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한국 원화 저평가로 경상수지 흑자를 냈다는 지적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 정부가 한국이 외환시장 개입으로 경상흑자를 유지한다고 비판했던 것을 정면 반박한 셈이다. 평소 환율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김 총재 스타일을 고려하면 상당히 강도 높은 발언이다.

청문회를 앞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 지명자에 대해서는 "옐런의 취임으로 (미국 통화정책에)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기준금리가 동결된 것은 6개월째다.

◇미 정부 환율 공격 '방어'=김 총재는 현재 환율이 시장을 잘 반영하고 있으며 한국 수출이 선전하는 것은 비가격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김 총재는 "최근 실질실효환율은 과거 어느 때보다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고 괴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질실효환율이란 교역국 간 물가변동을 반영해 산출하는 환율이다. 그는 이어 "환율에 의한 가격효과로 흑자가 났다면 모든 산업에 적용돼야 하는데 우리는 반도체ㆍ휴대폰 등 특정 부문 중심으로 흑자가 났고 이는 비가격적 측면이 많다"며 "규모 자체만 보고 대책을 취하라고 하면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기록적 경상수지 흑자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내년에도 흑자는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흑자 규모가) 구조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옐런 지명자의 연준 의장 취임으로 양적완화 축소 스케줄이 달라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변화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 통화정책이 '데이터 디펜던스(자료에 따르는 판단)'이라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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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투자 증가세로 돌아설까=이날 금통위는 "국내 경제를 보면 내수 관련 지표가 일시 부진했으나 수출이 호조를 이어가면서 경기는 추세치를 따라 회복세를 지속했다"고 발표했다.

내수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설비투자다. 정부 재정지출의 빈자리를 메워야 할 기업들이 좀처럼 나서지 않고 있다. 김 총재 역시 "10월에는 정보기술(IT) 부문을 중심으로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가 좋은 방향으로 간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유심히 보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성장 전망에 대해서는 "종전 전망을 유지한다"며 "국내총생산갭(GDP갭)이 내년 하반기쯤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가에 대해서는 긍정론을 유지했다. 김 총재는 "소비자물가가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0.7% 올랐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1.6%이고 정부의 무상보육ㆍ급식 등 정책효과를 감안하면 2.1%가 된다"며 "일반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근원물가에 수렴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수도권과 지방에서 주택 매매가와 전세가가 일제히 상승세로 전환되거나 상승폭이 확대된 데 대해서는 "침체에서 벗어난 조짐"이라며 "하지만 얼마나 정착될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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