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목요일 아침에] 경기회복이 더뎌지는 까닭은

김희중 <논설위원>

올봄은 유난히 변덕스럽다. 초봄에는 여름을 방불케 하더니 한동안 추위가 계속됐다. 그래서 경칩에 나온 개구리가 얼어죽기도 했고 서울 여의도 ?떤?旋┫?꽃이 늦게 피어 썰렁했다. 들녘의 봄맞이도 그만큼 늦어지고 있다. 아무래도 올해 농사는 신통치 않을 것 같다며 농부들은 걱정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 때문이리라. 변덕스런 날씨만큼이나 우리 경제도 예측불허다. 지난해부터 ‘곧 좋아진다’는 전망은 계속되지만 아직도 따스한 기운을 느낄 수 없다.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부총리조차 지표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했다.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지표가 들쭉날쭉해 쉽게 경기를 진단하기 어렵다는 얘기일 게다. 우리 경제의 봄은 언제쯤 올까. 과연 봄이 오긴 오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예전과 같은 따뜻한 봄은 기대하기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연구기관들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5%로 내려잡았다. 잠재성장률이란 자본ㆍ노동 등 생산요소를 모두 가동해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적정수준의 성장률을 말한다. 그러나 재작년과 지난해의 성장률은 3.1%와 4.6%에 그쳤다.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수준이다. 우리의 성장동력이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성장동력 떨어져 잠재성장률 5%로 후퇴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우리 경제의 큰 틀, 즉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인구구조의 변화에서, 다른 하나는 산업구조의 변화에서다.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과 저출산으로 인구구조는 기형적으로 바뀌고 있다. 의학과 식생활의 발달로 평균수명은 70세를 훨씬 넘었지만 일터에서 밀려나는 시기는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사오정ㆍ오륙도ㆍ육이오로 대변되는 잉여존재에 대한 불안감은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 가처분소득이 많은 중ㆍ장년층이 소비를 줄이니 생산과 고용이 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저출산도 경제를 위축시키는 주요인이다. 저출산은 단기적으로 관련산업의 부진을 초래하고 있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노동력의 수급불안과 교육ㆍ국방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주름살을 지게 할 전망이다. 신진세대는 갈수록 줄고 기성세대는 연금과 모아놓은 재산으로 언제 마감할지도 모를 여생을 불안 속에 하루하루 지내야 하니 경제가 축소재생산구조로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업ㆍ인구구조변화로 저성장구조 고착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정보화ㆍ자동화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화도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기술과 자본의 축적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노동집약적인 산업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져 이제는 중국과 동남아에 일감을 넘겨줬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으나 일자리가 근본적으로 늘어날 수 없는 구조다. 청년실업을 걱정하고 있지만 아직은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청년실업은 물론 전체 실업률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자본의 축적으로 설비투자도 예전처럼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국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투자를 보면 시설의 교체나 부분적인 증설에 그치고 있다. 더구나 공장을 새로 지을 경우 비용이나 수익성을 따지면 국내보다는 해외에 짓는 데 여러 가지로 유리하다. 설비투자가 안 늘어나고 고용이 늘지 않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 투자위축→고용ㆍ소득감소→소비감소→생산위축→성장률 둔화의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같은 저성장구조의 패러다임을 바꾸기란 어렵다. 규제를 풀어 민간기업의 투자를 늘림으로써 일자리를 만들고 정부는 재정공급을 확대하면 될 것으로들 얘기한다. 그러나 기상이변을 인간의 힘으로 다스릴 수 없듯이 패러다임을 바꾸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는 저성장의 틀에 적응하는 전략을 짜야 한다. 자연의 변화에 생태계가 새롭게 틀을 짜듯이 기업ㆍ가계ㆍ정부 모두 성장패턴의 변화에 따른 인식전환과 함께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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