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민연금 '안방 큰손' 안주해선 안된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국내 주식 가운데 4대 그룹의 비중이 최근 5년 사이 34.6%에서 58.0%로 높아졌다. 삼성ㆍ현대자동차ㆍSKㆍLG그룹 주식 보유액이 미국발 금융위기 전인 2007년 말 11조4,573억원에서 지난해 말 42조5,460억원으로 3.7배 증가한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1월 말 기준으로 국내 주식 시가총액의 5.8%, 채권발행 잔액의 14.7%를 보유한 큰손이다. 지분을 5% 이상 가진 상장회사만도 220여개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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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자산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1에 이르는 400조원 규모의 공룡으로 성장한 만큼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도 대형주만 잘 나가고 중소형주는 위축되는 양극화 현상이 반영된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중소형주에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수익률을 높여 고갈시점을 늦추는 데 치중할 필요가 있다'거나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최후의 안전판이므로 안전성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맞부딪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급선무는 이 같은 논쟁보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의 전문성ㆍ독립성을 높이고 해외투자 운용인력과 투자 시스템을 보강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거대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기금운용의 자율성ㆍ전문성ㆍ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중립적 자산운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연금지급을 위해 자산을 현금화할 때 국내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이 같은 리스크를 낮추려면 해외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 다양한 구조ㆍ만기를 가진 해외 금융상품과 원자재ㆍ천연자원ㆍ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금융위기와 같은 리스크에 신속하게 대처하려면 합리적인 국내 주식투자한도 설정 등 중기자산배분 및 자산군분류 체계를 개선하고 신축적인 자산운용이 가능하도록 인력ㆍ인프라를 보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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