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비결이요?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 고객이 우리 제품과 서비스를 안 쓸 수 없도록 만드는 것밖에는 없습니다.”
국내 최장수 시스템통합(SI)업체인 KCC정보통신 이상현 사장은 “국제금융, 철도, 신용카드 등 타사보다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에 파고드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기업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가운데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연 1,0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KCC정보통신을 1995년부터 8년째 이끌고 있다.
이 사장은 수십년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고객과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부단한 제품개발력이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설명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철도청 차표 예약 및 발매 시스템. 지난 1981년 새마을호의 승차권 온라인 발권 시스템을 개발, 공급한 이래 20년 넘게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KCC는 내년 완료되는 고속철도 통합시스템 구축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 1992년에는 국제금융정보시스템 `ABIS`를 개발, 국내 기업으로서는 황무지에 불과하던 해외 국제금융시장에 과감히 도전했다. 런던, 홍콩 등 주요은행의 해외지점에 솔루션을 수출, 주요은행과 현재까지 사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KCC는 이 같은 경험을 무기로 해외시장에도 진출, 타이 철도 승차권 발매시스템을 미국, 일본, 독일 등의 업체를 제치고 수주하는 기쁨을 맛보았다. 또 홍콩에 법인을 설치, 현지에 진출한 각국 은행들의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성과를 냈다.
이 사장은 “현재 전직원 240여명 가운데 70% 이상이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등 기술 개발 담당 고급 인력”이라며 “이들이야말로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인력 확보비율은 어느 대기업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자부심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누구보다 자신감이 넘치는 이 사장도 모그룹의 지원 없이 경쟁해야 하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으로 화제가 넘어가자 얼굴이 상기되기 시작했다.
그는 “출혈수주, 계열사 동원을 통한 불공정경쟁 등 이야기를 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며 “정부차원의 제도적인 개선도 중요하지만 업계 스스로가 부당한 관행에 대해 반성하고 근절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85학번인 이 사장은 IT업계에 보기 드문 2세 경영인. 삼성전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에게 부친의 회사로 옮긴 계기를 물어봤다. “애초 꿈은 투자은행에서 근무하는 것이었지만 부친이 세운 회사에서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꿈을 바꿨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사장은 매일 아침 출근과 동시에 신문을 읽고 스스로 스크랩한 뒤 직원들에게 이를 나눠줄 정도로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국내에서도 창업 50년을 넘기는 IT전문기업을 이끄는 것이 꿈”이라는 그의 말이 자꾸 머리 속을 맴돌았다.
KCC정보통신은 지난 1967년 설립된 한국전자자계산소를 모태로 하고 있다. IBM의 한국대표사무소 초대소장을 지낸 이주용 회장이 한ㆍ일 국교정상화 대가로 국내에 도입된 파콤-222 운용을 목적으로 법인을 설립했다. 1971년 비영리법인에서 주식회사로 전환한 이 회사는 은행, 증권거래소 등의 업무 전산화를 시작으로 주민등록전산화, 공군군수업무 온라인화 등 초기 정보화프로젝트를 잇따라 수행했다.
이 회사는 소프트웨어 수출, 위성 온라인망 개통, 선거개표방송 실시간 처리, 철도승차권 발매사업 등에서 국내 최초 타이틀을 독차지할 정도로 국내 IT산업의 산 증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996년 KCC정보통신으로 사명을 변경했으며 지난해 계열사를 포함, 1,1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호정기자 gadget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