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새영화] 러브 앤 드럭스

섹시·유쾌 옷 입은 감동 러브 스토리


길게 얘기할 것 없이 침대로 직행하는 남녀. 복잡한 관계는 싫다며 밥을 먹고 얘기를 나누는 것도 꺼리던 그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연다. 영화'러브 앤 드럭스'는 '쿨한 관계'라는 명목 아래 마음 없는 사랑을 나누던 남녀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뻔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들 중 한 명이 잘 나가는 제약회사의 영업사원이고 다른 한 명은 몸과 마음이 서서히 죽어가는 파킨슨병 환자일 경우에는 이야기가 조금 더 복잡해진다. 제이미(제이크 질렌한)는 한 직장, 한 여자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바람둥이다. 능수능란한 화술과 번드르르한 외모를 앞세워 한 글로벌 제약회사의 영업사원이 된 그는 특유의 재능(?)으로 병원 직원을 매수해 약품 영업에도 성과를 보이기 시작한다. 한편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매기(앤 해서웨이)는 사랑과 정신적 교감을 거부하고 육체적 쾌락만 허용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뻔하지만 잔가지가 다채로와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우선 영화는 두 남녀의 육체적 만남이 정신적 교감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리다 보니 노출 수위가 꽤 높다. 하지만 상업영화 속 할리우드 여배우로서는 꽤 용기 있는 노출을 감행하면서도 이야기의 맥을 놓지 않는 앤 해서웨이의 연기력 덕에 노출 장면이 그리 민망해 보이지 않는다. 또 틈틈이 이어지는 제이미의 동생 조시(조시 게드)의 엽기적인 행각은 객석에 몇차례 큰 웃음을 주면서 영화를 유쾌하게 이끌고 간다. 두 남녀의 '사랑' 만큼이나 '드럭스(약ㆍdrugs)'도 영화에서 중요한 소재다. 영화는 성냥 불이 꺼지기 전까지의 시간 동안 약의 장점을 설명하는 연습을 하는 제약회사 직원들의 모습, 모델과 스트리퍼까지 영업사원으로 쓰는 제약회사의 행태 등을 보여준다. 특히 영화의 배경인 1990년대 후반 비아그라의 탄생으로 돈방석에 오르는 제약회사 직원의 성공과 치료제가 없어 죽어가는 파킨슨병 환자들의 모습이 겹치면서 '드럭스'의 역설을 표현한다. "모든 이는 돌봐줄 사람이 필요해"라는 제이미의 대사처럼 돌봐줄 이가 없을 때 사람들은 약을 찾는다. '드럭스'가 병의 치료제라면 '사랑'은 인생의 치료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듯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진부한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이끈 두 배우는 모두 올해 골든 글로브 남녀주연상 후보에 나란히 올랐다.'가을의 전설(1994)'의 에드워드 즈윅 감독이 연출했다. 1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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