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유상증자 쇼크… 증권주 '와르르'

대우증권ㆍ우리투자증권 하한가, 삼성ㆍ현대ㆍ한국 등 증자 가능성 있는 대형증권사 줄줄이 급락



대형 증권사들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증권주들이 동반 급락세를 보였다. 증권사들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앞두고 대형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지만 주가 급락으로 손해를 보게 된 투자자들은 주주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판단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증권업종 지수는 7.39%(141.76포인트) 급락한 1,776.92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모든 업종지수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이다. 종목별로는 전날 1조4,000억원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대우증권과 4,000억원 이상의 증자 계획을 갖고 있는 우리투자증권이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진 것을 비롯해 현대증권(-9.03%), 삼성증권(-5.93%), 한화증권(-4.5%), 미래에셋증권(-3.75%), 동양종금증권(-3.4%), 대신증권(-3.14%) 등 주요 증권주들이 일제히 급락세를 보였다. 한국투자증권의 모기업인 한국금융지주도 9.93% 떨어졌다. 특히 전날 증자계획을 공시한 대우증권은 장 시작과 함께 하한가로 추락하면서 1만1,7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주가가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08년 12월 수준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이는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른 주식 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우증권의 유상증자 결정은 대형 투자은행(IB)으로 거듭나기 위해 자본 확충이 불가피했기 때문. 금융당국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대형IB)’의 자기자본 기준을 3조원으로 제시한 가운데 현재 자본금이 약 2조6,800억원인 대우증권으로서는 증자 카드를 꺼낼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대우증권의 이번 증자 결정이 대형 IB로 성장해나가기 위한 한 과정이라는 데에는 동의하면서도 주가에 미치는 악영향은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증자에 성공할 경우 자기자본 4조원을 넘기게 돼 업계 1위에 등극하고 대형 IB로서 신규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그러나 자본 효율성이 낮아지게 되고 초기 IB시장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고려한다면 주가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도 “증자 시 소액주주들의 증자 불참으로 실권주가 발생하게 되면 모기업 산업은행의 지분율을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기존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되고, 헤지펀드가 활성화되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증자결정은 단기적으로 주가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액 투자자들은 대우증권의 이번 증자결정으로 인한 투자 손실을 그대로 떠안게 됐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증자가 기업가치에 효과를 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주로 단기 투자에 나서는 국내 투자자들의 특징을 감안할 때 이번 증자는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쨌든 이번 대우증권의 대규모 유상증자는 다른 대형증권사들의 증자 경쟁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서는 우리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대형 IB로서 프라임브로커리지 영업에 필요한 자기자본 3조원 충족을 위해 증자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최소한 4,000억원 이상 증자를 해야 한다는 컨센서스는 존재한다”며 “다음달 이사회를 통해 유상증자 규모를 확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역시 증자의 가능성이 큰 증권사로 분류된다. 9월 기준 2조8,399억원의 자기자본을 확보한 삼성증권은 잉여금만으로도 3조원 달성에 충분하지만 경쟁관계에 있는 대우증권이 자기자본을 4조원으로 늘리기로 한 만큼 삼성증권도 증자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대우증권이 당초 시장 예상보다 과도한 규모로 증자 계획을 밝혔다”며 “삼성증권 역시 계열사들의 지원 여력이 충분한 만큼 1조원 이상 시장에서 조달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른 메이저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의 정책이 결정된 이후 입장을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지금 현재 증자할 계획은 없고 이달 말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이후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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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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