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론과 월드컴 등 대기업의 잇따른 스캔들로 기업윤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회사를 선택할 때 회사의 명성이나 보수 등과 함께 최고경영자(CEO)의 윤리성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기업들도 직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한층 강화된 윤리기준을 공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외환위기 이후 기업과 경영자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동시에 금융시장에서 외국인의 지배력이 커지면서 국제적 수준의 투명경영ㆍ책임경영ㆍ윤리경영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에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안티사이트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불만사례를 공유하고 집단행동을 도모하는 등 기업의 윤리성이 실질적 경영성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은행업에서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미국의 더 뱅커(The Banker)지는 4월호에서 "윤리문제가 수년 내에 금융이슈의 첫번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운영위험을 추가하려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새로운 자기자본비율 규제보다도 윤리문제가 더 중요시될 것이며 이 윤리문제에 대해 신중하고 포괄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은행들은 생존 자체가 어려울 것이다"고 경고하면서 윤리문제를 CEO의 최우선 경영과제로 삼을 것을 권고했다.
외환위기 이후 최근 4~5년 동안 조흥은행도 뼈를 깎는 고통과 시련을 겪으면서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사회 운영 등 선진형 책임경영체제 구축과 함께 국내은행 최초로 인터넷 홈페이지에 경영실적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또 윤리강령의 채택, 내부자 고발제도의 시행 등 깨끗하고 투명한 경영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IMD 2001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국내기업들의 윤리경영 순위가 전체 49개국 중 39위로 평가되고 있는 현실 앞에서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
이제 윤리경영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21세기의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다. 기업의 모든 행동이 소비자를 비롯한 시장 참여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고 평가받는 시대를 맞아 기업윤리는 기업생존의 필수조건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단순히 과거를 답습하는 수준에서 서둘러 윤리강령을 제정하고 추상적인 구호를 외치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기본으로 돌아가 기업의 잘못된 관행이나 비용구조를 윤리적인 기준과 글로벌스탠더드에 맞도록 철저히 바로잡아야 제대로 될 것이다.
/홍석주<조흥은행 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