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대 후반 정보기술(IT) 산업 호황을 배경으로 기업의 인재 모집과 성장 전략의 핵으로 칭송 받던 스톡옵션이 처리 곤란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경기가 좋았던 `고고(go-go)`시절 스톡옵션은 기업 입장에선 유능한 인재 모집과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종업원 입장에선 주가 상승에 따른 톡톡한 차익을 챙길 수 있다는 일석이조의 장점으로 전산업 분야에 급속히 확산됐다.
그러나 IT 거품이 꺼지고 급성장에 제동이 걸리면서 스톡옵션은 인위적 주가 조작,분식 회계 처리를 일으키는 부패의 주범으로 지목 받아왔다. 또한 정부 당국도 부패 고리를 차단하기 위해 스톡옵션을 회사 비용으로 처리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회계규정을 엄격히 하면서 기업들에게는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됐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얼마 전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스톡옵션이 기업의 탐욕과 부패의 온상이 됐다고 질타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특히 스톡옵션을 부여 받은 직원들은 주가 하락 때문에 차익을 챙기기는 커녕 관련 세금만 내면서 오히려 주머니 사정이 악화되는 상황을 겪기도 했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MS) 직원들은 수 십억 달러의 스톡옵션을 받았지만 MS의 현재 주가(28달러 내외)보다 행사가격(주식을 살 수 있는 일정 가격)이 대부분 높아 무용지물이 됐고, 오히려 매년 스톡옵션 부여로 세금만 내고 있어 불만감이 팽배한 상태였다. 회사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스톡옵션을 없앨 방법을 강구해야 했던 것. MS는 해결책의 일환으로 투자 은행인 JP모건에 직원들의 스톡옵션을 일괄 판매하는 방안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스톡옵션은 그 동안 IT 기업을 중심으로 무용론이 거세게 제기돼 왔으며, 특히 과다한 스톡옵션이 임원들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이 고조되면서 관련 기업들은 궁지에 몰렸었다.
전문가들은 전통 기업은 물론 IT 기업들도 고도 성장이 어려운 만큼 직원 사기 진작의 장점보다는 비용 확대와 부패 주범이라는 단점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세계 최대 IT 기업인 MS에 이어 독일 스톡옵션제 도입의 선구자 역할을 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세계 유수기업이 잇따라 스톡옵션 폐지 및 폐지 검토를 선언한 것은 기업들의 스톡옵션 폐지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이제 막 창업한 벤처기업 입장에선 우수한 인재 유치가 최대 관건인 만큼 스톡옵션제를 당분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궤도에 접어든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은 스톡옵션의 득실을 심각하게 재평가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