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샤이닝'의 그 아이, 어떻게 됐을까

■ 닥터슬립

스티븐 킹 지음, 황금가지 펴냄


폭설이 내린 깊은 산 속 호텔, 울타리 미로 속을 한 소년이 필사적으로 달아난다. 도끼를 들고 그 뒤를 바짝 쫓는 사내. 모두 죽거나 너무 멀리 있어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 그리고 소년을 죽이려는 자가 바로 그 아버지라는 설정은 극한의 공포감을 자아냈다. 지금도 20세기 공포영화 10선에 반드시 꼽히는, 바로 공포영화의 거장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1980년)이다. 특히 스테디캠으로 찍은 미로 추격 장면은 지금도 공포영화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명장면이다.

원작소설의 작가 스티븐 킹은 20여년이 지나 한 독자에게 질문을 받는다. '그 아이는 어떻게 됐나요?' 성공한 작품의 후속편이란 기껏해야 본전치기일 확률이 높지만 작가는 답을 내놨다. 지난 2월 '조이랜드'에 이어 이달 출간된 '닥터 슬립'이다.


'샤이닝' 출시로부터 30여 년, 비슷한 세월을 보낸 대니는 알코올중독자다. 충격적인 과거와 남들에게 없는 영적 능력(샤이닝)은 삶을 갉아먹고, 주(州) 단위를 넘나드는 떠돌이 날품팔이로 만든다. 흘러 흘러 한 산골까지 몰린 그가 정신을 차릴 즈음, 더 강한 능력을 가진 소녀 아브라와 영적교감을 갖게 된다. 또 서로의 기를 흡수하는 불사신 액션영화 '하이랜더'(1986년)처럼, 전국을 떠돌며 특별한 아이의 힘을 빨아 생명을 연장해가는 괴집단 '트루 낫'도 알게 된다. '트루 낫'은 아브라를 노리고, 대니는 그녀를 보호하려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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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과의 차이는 상황적인 '공포'보다 주인공들의 '성장'에 집중한다는 점. 흔히 볼 수 있는 캠핑 트레일러 속 중년 관광객들이 사실 '뱀파이어'나 다름 없는 괴물이란 설정은 여전히 작가가 활용하는 '낯섦'의 주요 장치다. 하지만 이야기의 힘은 주인공의 성장과정에 있다.

사건이 마무리된 후 그 일을 되씹는 아브라에게 "살인을 되돌리고 싶은 거니 살인에서 느낀 희열을 되돌리고 싶은 거니?"라고 묻는 장면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3대에 이은 가정폭력과 알코올중독으로 '동어반복' 같은 집안내력을 말하는 대니의 요점은 간단하다. "누가 넘어졌을 때 일으켜 세워 주기보다 그 등을 밟고 지나가서 목을 발로 누르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는 듯했다. 비열한 짓이지만 인간의 천성이 원래 그랬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개와 함께 달리면 다른 개의 발과 발톱과 똥구멍만 보이기 마련이었다."

그럼에도 서둘러 봉합하는듯한 결말 처리는 아쉽다. 속편에 대한 갈증은 빼어난 소재와 이야기의 힘이지만,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의 지분도 있다. 늘 공포의 대상이던 유령으로 적을 잡는 '이이제이(以夷制夷)'가 새로울 뿐. 각권 1만3,500원.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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