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특허권 분쟁 전면전 확산 조짐
[日 도시바, 하이닉스 제소] PDP 이어 반도체까지
"日社 조직적 전선형성" 정부ㆍ업계 공동대응해야
첨단기술의 특허권을 둘러싼 일본업체들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일본 반도체업체인 도시바(東芝)는 하이닉스반도체가 대용량 플래시메모리 회로구조에 관한 특허 3건을 침해했다면서 하이닉스 일본법인을 상대로 플래시메모리 판매금지 가처분과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지난 8일 도쿄 지방법원에 냈다. 도시바는 또 하이닉스 본사 및 미국법인과 미국 현지 대리점 2곳을 상대로 텍사스주 댈러스 연방법원에도 특허침해 소송을 내기로 했다.
도시바는 하이닉스가 미국에서 플래시메모리 관련 특허 4건 외에 D램 관련 특허 3건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하이닉스는 "현재 소송과 관련한 자세한 사실을 확인 중이며 그 결과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이닉스와 도시바는 지난 96년 7월 반도체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으나 2002년 말로 종료되자 그동안 계약갱신 협상을 벌여왔다.
도시바의 이번 소송제기는 올들어 삼성SDI와 후지쓰(4월), LG전자와 마쓰시타(10월)에 이은 세번째 한일간 특허분쟁 사례다. 업계에서는 한국업체들이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일본업체들을 누르고 시장을 잠식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나머지 조직적으로 견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바, 일본ㆍ미국서 파상공세=도시바는 이번에 반도체 중에서도 최근 부상하고 있는 플래시메모리 관련 특허 3건을 비롯, D램 등 여러 제품을 타깃으로 삼았다.
특히 플래시메모리는 하이닉스가 올 3월 새롭게 진출한 영역이다. 하이닉스는 더군다나 악조건 속에서도 지난 3ㆍ4분기에 양호한 실적을 거두면서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정상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도시바는 이에 따라 특허 협상을 유리한 국면으로 이끄는 차원을 넘어 하이닉스의 약진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시장에 국한시키지 않고 반도체 수요가 큰 미국시장에서까지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점이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한다. 다시 말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오는 후발주자를 이번 기회에 고사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한일 특허분쟁 전면전으로 확산=도시바의 이번 소송은 한일간 특허분쟁이 디스플레이 등 제한적인 영역에서 탈피해 전자산업 전반에 걸친 전방위 공세로 확산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도시바는 2001년까지만 해도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으나 2002년 이후 삼성전자에 선두자리를 내줬다.
앞서 소송을 제기했던 후지쓰와 마쓰시타 역시 삼성SDI와 LG전자가 무서운 속도로 PDP시장을 잠식하면서 자신들을 추월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업체들의 움직임으로 볼 때 앞으로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외에 다른 전자산업으로 확산될 여지가 매우 높다"며 "한국업체들에 더 이상 밀릴 경우 선두탈환은 고사하고 생존 자체가 어렵다는 절박함이 배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
입력시간 : 2004-11-09 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