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우울한 ‘더피족’ 늘어난다

`더피족(DUPPIES)이 몰려온다 ` 더피족은 경기침체로 원하는 직장을 찾지 못하고 임시직으로 근근히 생활하고 있는 도시 전문직을 일컫는 말. 성공한 도시 전문직을 가리키는 여피(YUPPIES: Young Urban Professional)의 `Y`를 우울한(Depressed)의 `D`로 바꿔 만든 신조어다. 즉 정보기술(IT) 산업의 활황에 힙입어 등장한 컴퓨터 프로그래머, 웹디자이너 등 고소득 전문직들이 버블붕괴와 함께 직장에서 내몰리면서 할인 매장 점원 등의 단순 노무직으로 전락하고 있는 최근 사회현상을 상징하는 단어가 바로 더피족이다. 미 CNN방송은 이와 관련 뉴저지에 사는 27세의 전직 웹디자이너 모린 미란다의 사례를 들고 있다. 미란다는 2년 전만해도 연봉 6만5,000달러의 정규직에 시간당 75달러를 받는 프리랜서 일을 겸했던 여피족. 그러나 2001년 IT 불황으로 직장을 잃으면서 그녀는 연쇄점에서 시간당 7달러를 받는 더피족으로 전락했다. 그녀는 이 같은 자신의 처지를 “현재는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기 위한 과정일 뿐”이라고 자위하고 있다. 미란다와 같은 더피족은 이미 수적으로 일정한 사회 계층을 형성하고 있다. 미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미란다와 같은 미국내 임시직 근로자 수는 480만명이며, 아예 일자리가 없는 실업자는 870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수입 감소에 따른 물질적 궁핍함 뿐만이 아니라 생활 수준의 갑작스런 강등에 따르는 마음 고생도 견뎌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경력자문 전문가인 마틴 피어스는 이에 대해 “직업이 곧 자신의 정체성을 말해주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직업 강등에 따른 실망감은 당연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나이든 더피족들은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다. 여러 번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실업에 대한 이런저런 준비를 미리 해뒀기 때문. 루슨트 테크놀러지스에서 신상품 기획자로 일했던 자넷 크리스탈(51)은 “버블 붕괴전에 미리 주식을 팔아 일정량의 돈을 마련해 뒀기 때문에 해고 뒤에도 생활에 큰 편화가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정원 가꾸기와 독서 등의 단순한 일상에 익숙해 지는 것도 실업에 따른 어려움을 이겨내는 한 방법이라고 후배 더피족들에게 조언했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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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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