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KDI 지적한 공짜복지의 오류, 무상보육뿐이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새 정부의 핵심 공약인 무상보육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무상보육의 문제점을 지적한 국책연구기관이 있기는 했으나 새 정부 출범 이후 쓴 소리가 나오기는 처음이다. 지난 10년간 무상보육 제도를 확대했음에도 정작 주요 정책목표인 여성 취업률을 끌어올리는 데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게 보고서의 요지다. 오히려 지원확대가 보육 시스템의 부실을 덩달아 키웠다며 선별지원 형태로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익히 알려진 내용들이다. 최소한의 회계준칙도 없이 운영하다 각종 비리로 적발된 어린이집이 어디 한두 곳인가. 공짜다 보니 너도나도 집에서 키우던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려는 통에 정작 보살핌이 필요한 취약계층이 소외되는 부작용도 드러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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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 보고서가 앞으로 닥칠 복지정책의 오류와 부작용을 미리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국가가 보육을 책임지는 이유는 취약계층 지원도 있지만 이보다는 일과 가정을 함께 챙기는 여성 취업률을 끌어올리려는 데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0∼2세 자녀를 둔 여성의 취업률(33.2%)이 보육시설 이용률(48.7%)보다 낮은 거의 유일한 국가라는 KDI의 지적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혈세를 투입하고도 소기의 정책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나랏돈을 허투루 쓰는 꼴이 아니고 뭔가. 무상보육처럼 정치논리에 편승한 복지정책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기초연금부터 반값등록금과 4대 중증질환 국가부담에 이르기까지 무상 시리즈는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복지확대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하지만 한번 지출이 시작되면 어지간해서는 되돌릴 수 없는 게 복지다. 다른 어떤 정책보다 시행 이전에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 복지확대는 앞으로 세금을 더 내라는 예고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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