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한국 核무장 의심 떨쳐내자


한국은 세계 6위의 원자력 강국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선구적 노력으로 시작된 이 땅의 원자력산업은 이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우리 원전을 수출할 정도로 성장했다. 원자력은 우리가 사용하는 저렴하고 질 좋은 전기의 40% 이상을 담당할 정도로 우리 생활과 산업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非 확산 외교 통해 신뢰 확보를 원자력은 양면성을 지닌 대표적 과학기술이다. 핵분열이라는 물리적 원리를 평화적으로 이용하면 전기나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해 인류에게 많은 혜택을 주지만 폭력적으로 사용하면 핵무기를 만들어 많은 인명을 해칠 수 있다. 물을 소가 먹으면 젖을 만들지만 독사가 먹으면 독을 만드는 것과 같다. 남북한은 군사적 대치만큼이나 원자력의 이용에서도 극점에 서있다. 남한이 평화적 이용의 상징이라면 북한은 군사적 사용의 표상이다. 원자력산업 발전은 과학기술의 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원자력의 양면성 때문에 관련 기술을 핵무기 개발에 전용하지 않는다는 국제적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즉 "핵 개발을 포기한다"는 비(非)확산 약속을 하고 체계적이고 숙련된 원자력 외교를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한국의 원자력산업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네 가지 과제가 있다. 첫째, 한국이 핵무장을 할 것이라는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1970년 초 박정희 대통령 시절 프랑스에서 재처리시설을 도입해 플루토늄 생산능력을 갖추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월남 패망, 주한미군 철수, 국력이 우세한 북한의 빈번한 군사도발 등 대내외 안보 악재에 직면한 정부의 고육지책이었다. 당시는 핵 비확산 체제가 태동하던 초기였고 서독ㆍ스웨덴ㆍ일본 등 여러 나라들이 핵무장을 심각히 고려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유독 한국만이 아직도 핵무장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의심이 지속되는 한 국제사회의 견제 때문에 우리 과학기술자들이 마음껏 연구개발에 전념하는 환경을 만들 수 없다. 즉 핵개발 의혹과 원자력산업의 지속적 발전은 양립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는 비핵(非核)정책을 공고히 하고 대국민 설득과 비확산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 북한 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국가안보에 최대 위협인 북핵이 제거되지 않는 한 원자력발전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북핵에 대응하기 위해 남한도 핵무기를 개발할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의심이 우리의 연구개발을 알게 모르게 제약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무기 제조용 재처리ㆍ농축시설은 남한이 평화적 목적으로 갖기를 원하는 것들이다. 국제사회는 남한이 이런 시설을 갖게 되면 북한의 군사용 시설을 폐기할 명분이 없어진다는 논리를 들면서 반대한다. 셋째, 원자력산업을 지금보다 더 발전시켜야 하고 이 분야에서 우리의 위상과 능력에 걸맞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 당면한 관심의 초점은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협상이다. 이 협정이 체결된 1970년대의 한국과 지금의 한국은 4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차이가 크다. 새 협정은 그동안 높아진 우리의 위상과 신장된 국력을 반영한 합리적인 협정이어야 한다. 우리가 현재의 미ㆍ일 협정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 장기적 원자력 비전 만들어야 마지막으로 통일 한국까지를 염두에 둔 중장기적 원자력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원자력은 연구개발에 장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각국은 수십년을 내다보며 계획을 수립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금 수립하고 있는 원자력 진흥계획도 해당 기간 중 남북통일이 된다는 전제하에 통일 이후까지를 고려한 계획이어야 한다. 즉 통일시대의 핵심 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의 역할과 위상을 설정한 건설적인 비전을 담아내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