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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재판과정 억울’자살女 가해자에 징역3년형
재판부“고인과 유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특수한 상황에서 벌어진 강간 사건…실체적 진실을 위해 노력했다”
이수민기자noenem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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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 여성이 ‘재판과정서 모욕을 당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사건에서 법원은 가해자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실형을 내렸다.
24일 서울중앙지법은 A(29)씨를 고시원에서 성폭행한 혐의(강간)로 재판에 넘겨진 진모씨(중국∙구속기소)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선고 직후 재판부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A씨가 자신의 사생활이 드러나는 느낌을 받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A씨의 사망 이후 언론에 보도된 유서 내용이 진씨의 유무죄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았음을 명백히 밝힌다”며 “경위를 떠나 A씨의 극단적인 선택에 대해 진정으로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의 상황과 심경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 내용은 구체적이고 일관적일 뿐 아니라 두 사람의 관계에 비춰볼 때 자연스럽다”며 “허위로 A씨가 진씨를 고소할 동기를 발견할 수 없고 진씨가 A씨를 폭행, 협박해 강간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진씨가‘자고 가라’, ‘옷을 벗어도 된다’는 A씨의 말을 듣고 A씨가 성관계를 합의 한 것으로 판단했더라도 간음행위를 할 당시에는 A씨의 의사에 반한 행위라는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진씨가 형사처벌을 받은 전과가 없으며 A씨가 상해를 입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A씨를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진씨는 올해 1월‘선을 넘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A씨의 고시원 방에서 잠을 청했다. 그러나 진씨는 약속을 깨고 성관계를 원하지 않았던 A씨의 의사를 무시하고 목을 조르고 겁을 준 후 성폭행했다.
경찰에 진씨를 성폭행범으로 신고한 A씨는 5월 30일 피해자 자격으로 법원에 출석해 증언을 했고 이 과정에서 진씨의 변호인이 그가 8년 전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면서 손님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뒤 취하한 일을 들춰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A씨에게 합의를 권유하거나 성관계에 합의한 정황이 있는지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한 A씨는 법정 출석 이틀 뒤인 1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 B호텔 객실에서 자살했다. 변사체로 발견된 A씨 옆에는‘판사도 피해자인 내 말을 믿지 않는 것처럼 질문을 해 너무 수치스럽고 억울하다’는 유서가 있었다.
한편 A씨의 유족은 유서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또 가해자 진모씨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