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KT의 새로운 수장으로 자사 출신인 황창규 전 사장이 내정됐다는 소식이 들릴 때만 해도 무척 기뻐했다. 이석채 전 KT 회장이 애플의 아이폰 카드를 들고나오면서 시작된 껄끄러운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삼성전자와 KT의 관계회복이 그렇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히려 삼성전자 내부에 KT 경계령이 내려져 긴장 국면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유는 이렇다. 황 신임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제조사가 통신사 위에 서 있다는 패배의식을 벗어던지고 삼성전자와 동등한 입장에서 맞설 전략을 세우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황 회장이 이제는 KT의 수장으로서 친정인 삼성전자를 향해 회심의 칼날을 꺼내든 것 아니냐는 우려다. 삼성전자가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과 유사한 미래융합전략실 신설을 비롯해 김인회 전 일본삼성 경영기획팀 상무를 핵심보직인 재무실장으로 선임하는 등 삼성출신 임원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에서 근무해 삼성전자 내부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황 회장이 삼성출신 임원까지 데려갈 경우 삼성전자로서는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이런 소문이 삼성전자의 기우일 수도 있다. 이 전 회장의 색채를 지우고 이른 시간 안에 KT를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자신을 잘 보좌할 수 있는 삼성 출신 임원들과 자신이 경험한 삼성그룹의 조직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특히 삼성전자는 KT와 손잡고 타이젠폰을 국내시장에 출시하려고 준비 중인데 황 회장이 이 사업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와 KT가 타이젠폰을 내놓는다면 한국 기업이 중심이 돼서 스마트폰 단말기와 운영체제·통신서비스를 완성한 첫 사례가 된다. 삼성전자와 KT가 파트너로 관계로 복원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유야 어쨌든 KT가 한국 정보기술(IT)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삼성 출신이 KT 수장으로 오면서 말들이 많은 것 같다. 황 회장이 외부의 시선은 의식하지 말고 삼성전자에서 했던 것처럼 통신업계에도 '제2의 황의 법칙'을 연호할 수 있게 KT 회장으로서의 성공 스토리를 써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