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이 올 들어 '사람'에 대해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故) 이병철 회장 때부터 '사람과 인재'를 중시해온 삼성이 2011년 첫 화두로 사람이라는 근본 문제로 회귀한 것이다. 6일 삼성에 따르면 올해 실시된 삼성 사장단 협의회의 외부강사 초빙 강연의 화두는 사람이다. 지난 2일 수요 회의에서는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가 강사로 나섰다. 주제는 다름 아닌 '글로벌 경쟁시대의 인재육성'. 인재 육성에서 국내 최고를 달리고 있다는 삼성이 인재육성에 대해 경청을 한 것이다. 2월16일 수요 사장단 회의에서는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가 나와 '넷 세대의 이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강의 내용은 구세대와 다른 젊은 세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이끌어 나가야 하는지였다. 또 1월12일 연사였던 KBS 교향악단 함신익 교수는 '지휘자의 열정과 리더십'에 대해 강의했다. 함 교수는 강의에서 "지휘자의 카리스마는 통제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휘자의 실수를 단원들에게 솔직히 인정할 때 진정한 카리스마가 나온다"고 말했다. 강사와 강의 내용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이를 관통하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람이다. 지난해만 해도 삼성 사장단 회의에 연사로 나선 외부 강사들의 주요 주제는 미래와 영감이 주를 이뤘다. 지난해에는 글로벌이라는 외부 환경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올해는 내부 문제로 눈길을 돌린 셈이다. 사장단 회의뿐 아니라 삼성은 중견 간부나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도 올 들어 '조직∙인재∙리더십' 등 사람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인재경영의 선두에 서 있는 삼성이 다시 사람에 대해 고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계에서는 삼성이 새로운 환경에 걸맞은 새로운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이 융합화되면서 새로운 인재가 필요해졌고 외국인 직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국내외를 총괄할 새로운 시스템도 요구되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젊은 직원들을 과거 방식으로 대할 수도 없고 그렇게 했다가는 통솔도 되지 않는다"며 "현재 시점에서 사람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과거와는 다른 리더십과 직원 간 소통 등 새로운 삼성의 사람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매주 수요일 열리는 삼성그룹 사장단 협의회는 최고경영자(CEO)들이 한데 모여 의논하고 토론하는 자리로 한국에서 각 분야를 대표하는 특별 외부강사를 초빙해 강연을 듣는 게 하나의 전통으로 굳어져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장단 협의회의 외부강사는 전문가의 명성만 보고 택하는 게 아니라 삼성그룹이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현안을 토대로 그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래서 외부강사와 강의 내용은 삼성그룹의 고민과 지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인 셈"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