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정활용 경기살려야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북핵문제,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카드채 문제 등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태에서 미ㆍ이라크 전쟁으로 실물경기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경기상황이 외환위기 때보다 더 나쁘다고 할 정도로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다. 한국경제가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 것은 경제구조가 취약하고 글로벌 경쟁력이 약한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그런 점에서 대내외 경제교란요인에 대한 저항력을 키울 수 있는 지속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것은 근본처방일 뿐이어서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당장은 악화일로에 있는 현재의 경제상황을 반전시키거나 아니면 최소한 저지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거시경제의 안정은 구조개혁의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실물경기가 호전되려면 우선 수출이 잘 돼야 한다. 그러나 대외여건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우선 미ㆍ이라크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또 전쟁이 끝난다 하더라도 미국의 경상수지적자와 같은 선진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나 전쟁의 후유증 등으로 단기간에 세계경제의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세계경기의 회복이 지연되는 만큼 통상마찰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무엇보다 수출을 경기회복의 견인력으로 삼기에는 정책적 대응에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정책적으로는 내수진작을 통해 경기회복을 도모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내수진작을 위한 마땅한 정책수단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금리정책은 사실상 유용하지 않다. 금리가 이미 충분히 낮은 상태일 뿐만 아니라 실물부문에 미치는 자극효과가 낮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비경제적ㆍ외생적요인에 의해 투자심리가 저하된 상황에서는 금리를 낮춘다고 해서 자금이 생산적 부문으로 흐르지 않는다. 오히려 가계부채증가와 비생산적 투기를 조장하고 물가상승압력만 높이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재정을 탄력적으로 운용해 경기둔화를 저지하려는 정부의 방침은 기본적으로 옳다. 물론 재정을 조기 집행하거나 지출을 확대한다고 해서 민간소비나 투자가 당장 늘어나지는 않는다. 정책시차(time lag)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민간소비와 투자의 위축이 대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과 그에 따른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불안감에 기인하는 것인 만큼 승수효과를 통한 내수진작효과가 예상 밖으로 작을 지도 모른다. 2001년의 경험으로 보면 재정조기집행은 추가적인 경기침체를 어느 정도 막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실제로 2000년 재정의 GDP성장률 기여도는 0.3%포인트에 불과했는데 2001년들어 점차 상승해 3ㆍ4분기에는 0.9%포인트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재정의 탄력적인 운용을 통해 정부가 경기대책의지를 확실히 보여주면 민간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는 완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재정의 탄력적 운용의 한 방법인 적자재정의 편성에 대해서는 주로 재정건전성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반론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재정균형과 건전성은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 단기적으로 적자 자체는 문제가 될 수 없으며 관리가능한 적자규모인가가 관건이다.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양호한 편이어서 경기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한 IMF의 권고를 이번만큼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현재의 상황에서 재정조기집행이나 적자재정의 편성은 경기둔화속도를 저지하고, 경제불안심리를 완화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처방이다. 또 결코 우려할만한 부작용도 없다. 정책당국은 이러한 점을 확신하고 오히려 재정조기집행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주력해야 한다. 그리고 경기가 더 악화될 경우를 대비하여 적자재정 편성안도 갖고 있어야 한다. 써야 할 곳과 써서는 안될 곳을 분명히 구분해야 하며, 정책시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도 마련해 두어야 한다. 그래야만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동철(현대연구원 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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