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기업 하기 좋은 나라' 한국 세계 5위라는데…

세계은행 선정 이후 가장 높지만 기업 체감과 괴리… 현실성 떨어져


한국이 세계은행(WB)이 선정한 기업 하기 좋은 나라 부문에서 세계 5위에 올랐다. 이는 관련 평가가 시작된 지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순위다. 하지만 기업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것과는 괴리가 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WB가 이날 발표한 기업환경평가(Doing Business)에서 한국은 평가대상 189개국 중 5위를 기록해 4년 연속 10위권에 들었다. 한국의 연도별 순위는 2009년 19위, 2010년 16위, 2011년 8위, 2012년 8위, 지난해 7위, 올해 5위로 꾸준히 상승했다. 한국의 순위는 주요20개국(G20) 국가 중 1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들 가운데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전체 1위는 싱가포르였고 이어 뉴질랜드·홍콩·덴마크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4위였던 미국은 이들 국가에 밀려 7위까지 떨어졌다.


WB는 국가별 기업환경을 기업 생애주기에 따라 창업에서 퇴출에 이르는 10개 부문으로 구분한 뒤 평가한다. 각 부문별로 기업들이 직면하는 규제를 절차·시간·비용 위주의 33개 세부지표로 측정하고 특정 상황을 부여해 법령분석, 전문가 설문조사 등의 과정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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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올해 평가에서 창업(34→17위), 소액투자자보호(52→21위) 등 5개 부문에서 순위가 상승했고 재산권 등록(75→79위), 자금조달(13→36위), 법적 분쟁 해결(2→4위) 등 3개 부문에서 순위가 떨어졌다. 세금납부(25위), 통관행정(3위) 등 2개 부문은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이 같은 순위는 기업들이 체감하는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규제 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경영환경은 계속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기업환경을 포함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는 한국의 순위가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세부적으로도 기준이 달라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IMD의 기업 효율성 부문은 지난해 34위에서 올해 39위로, WEF의 기업혁신 및 성숙도 부문은 20위에서 22위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폭넓은 분야에 대해 정성적·정량적 평가를 병행하는 WEF·IMD와 달리 WB는 특정 시나리오를 부여한 뒤 법령분석 등을 통해 정량적으로만 이뤄진다는 점에서 괴리가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기재부에서도 "기업환경 전반에 대한 종합 평가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외국인들이 투자의사 결정을 할 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있을 것"이라며 "다만 기업인들이 체감하는 실제 경영환경과 괴리가 크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분석"이라고 지적했다.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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