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브라질 위기 중남미 확산 조짐

【뉴욕=김인영 특파원】 브라질 경제위기가 중남미 전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시한폭탄처럼 국제 금융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 은행 등 외국은행들은 브라질을 떠나려고 보따리를 싸고 있으며,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에 대한 롤 오버(만기연장)를 기피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달러 블록인 브라질 위기는 달러화 하락과 미국 재무부 채권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으며, 지난해말 이후 다소 안정세를 보이던 이머징 마켓을 다시 동요시키고 있다.11일 브라질 주가는 5.8% 폭락, 지난해 11월 IMF의 415억 달러 구제금융 지원 이후 최저가로 떨어졌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브라질 국채가격은 이날 액면가 1,000 달러당 5달러나 급락, 565달러에 거래됐으며, 채권 금리는 17%로 치솟았다. 이와함께 인근국가의 주가도 일제히 하락 아르헨티나 3.2% 칠레 3.3% 멕시코 2.4% 각각 하락했으며, 멕시코 페소화는 하루 사이에 1.2% 하락했다. 뉴욕 증시에서 브라질의 텔레브라스 주가가 6.8%, 아르헨티나 석유기업 YPE 주가는 2.2%, 칠레 항공사 란칠레 주가가 6.7% 급락하는 등 중남미의 주식(ADR)이 일제히 하락했다. 포철 주도 2.1% 하락하는 등 한국 ADR도 브라질 위기에 따른 이머징 마켓 동요의 흐름을 탔다. 한편 브라질 정부는 11일 중앙정부에 대해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미나스 제라이스 주를 겨냥, 채무지불 능력이 없는 주정부에 대해 국고지원금을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앙정부로서는 640억 달러나 되는 재정적자의 짐을 지고 있으므로 부도 직전의 지방정부를 도와줄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리오그란데주·리오데자네이루·아크레주 등 3~4개 주마저 중앙정부에 대한 빚을 조정하자고 덤벼들고 있다. 미나스 제라이스주가 갚지 못하겠다고 한 150억 달러을 포함해 모두 830억 달러의 중앙정부 채권이 발이 묶일 형편이다. 페르디난도 카르도수 대통령 정부는 27개 주 가운데 16개 주의 지지를 받으며 저항하는 지방정부와 대결하고 있으나, IMF와 약속한 재정긴축안을 관철시키는 과정에서 의회와의 또다른 마찰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제신용평가기관인 S&P는 『중앙정부도 엄청난 부채를 지고 있으므로 지방정부의 채무를 지원하지 못할 것』이라며 여전히 브라질의 신용전망이 「부정적(NEGATIVE)」이라고 진단했다. 3~4개월내에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겠다는 사전 경고인 셈이다. 브라질에 대한 시계가 불투명해지자, 미국 등 선진국 은행들이 브라질에 대한 크레딧 라인(신용한도)를 줄이거나 단기대출에 대한 롤 오버를 피하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지에 따르면 선진국 은행들은 지난 한달 사이에 무역금융 금리를 4% 포인트나 인상, 10.6%에 대출하고 있으며, 장기 자금을 단기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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