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전화회사인 AT&T사가 미국 최대 케이블 TV 회사이자, 인터넷 회사로 부상했다. AT&T는 미국 3위의 케이블 회사인 미디어원(MEDIAONE) 인수에 성공하므로써 전화-케이블 TV-인터넷을 연결하는 차세대 정보산업의 선두주자로 나섰다.AT&T는 5일 경합회사인 컴캐스트사가 양보함에 따라 미디어원을 인수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AT&T와 컴캐스트의 경영자들은 최근 막후 협상에서 서로 한발씩 양보하는 선에서 빅딜에 합의, 경쟁 관계를 전략적 제휴관계로 전환했다.
두 회사의 합의로 AT&T는 625억 달러를 지불하고 미디어원을 인수하고, 대신에 컴캐스트는 92억 달러를 주고 AT&T의 케이블 가입자 200만명을 넘겨받게 됐다. 또 AT&T는 미디어원이 컴캐스트에게 회사를 팔기로 한 계약을 파기함으로써 발생한 15억 달러의 위약금을 대신 갚아주되, 컴캐스트는 320만명의 케이블 가입자에게 AT&T의 서비스를 접근할 수 있도록 양보했다.
AT&T의 또다른 빅딜은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사와 이뤄졌다. 뉴욕 타임스지에 따르면 MS의 빌 게이츠 회장은 AT&T의 마이클 암스트롱 회장과 비밀리에 만나 AT&T에 50억 달러를 투자, 지분의 2~3%를 확보하는 내용에 합의했다는 것. MS는 AT&T가 추진하는 디지털 서비스 사업에 자사의 윈도 시스템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투자를 약속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콜로라도 덴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케이블 회사인 미디어원은 지난 3월 컴캐스트에게 480억 달러에 매각하기로 정식 계약을 맺었었다. 그러나 AT&T가 뒤늦게 540억 달러를 제시하며 계약을 파기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AT&T의 독주를 막기 위해 아메리카온라인(AOL)·MS·MCI-월드컴 등이 컴캐스트를 후원, 미디어원을 둘러싸고 미국 정보통신업계의 업계에 대회전이 벌어졌다.
AT&T는 컴캐스트보다 비싼 가격에 미디어원을 인수했지만, 조금도 아깝지 않다고 밝혔다. AT&T의 목표는 케이블이 아니라 인터넷 사업이기 때문이다. AT&T는 케이블을 통해 전화회선보다 전송 속도가 100배 빠른 인터넷망을 내년부터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계획이다. AT&T는 이를 위해 지난해 540억 달러를 주고 미국내 2위 케이블 업체인 TCI를 인수했으며, 최대 케이블회사인 타임워너사와도 전속 계약을 추진중이다.
이번 인수로 AT&T는 미국인 케이블 가입자의 절반 이상에 접근하게 됐다. 여기에 인터넷만 깔면 AT&T는 미국 가정의 거실을 완전 장악하게 될 전망이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