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독일의 중기에서 배우자(사설)

경기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U자형」저점에 서 있는 우리경제는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고질적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한 당분간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불황의 터널속에서 대기업들은 그나마 특혜금융 등을 통해 버틸 수 있겠지만 중소기업들은 거의 도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중소기업들이 이처럼 허덕이게 된 이유는 기업의 체질을 단단하게 가꾸어오지 못한데 있다. 물론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우리와 비슷한 산업구조를 가진 독일의 경우를 한번 살펴보자. 독일도 우리처럼 중소기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선진국들 가운데서는 그 비중이 가장 크다. 여기에 중소기업의 임금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 독일의 섬유관련 중소기업들은 세계 제1위의 섬유류 수출고를 자랑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사양산업으로 간주되고 있는 섬유업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최신의 전자동설비와 최고의 품질로 유명 디자이너 회사들을 만족시킨 결과이다. ○고객만족·전문화 추구 21세기는 일반적인 시각으로는 거대규모의 다국적 기업이 주도하는 시대로 예견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맞서 전문화·분업화·소프트화를 근간으로 하는 중소기업들이 이끌어가는 시대가 된다는 진단도 점차 무게를 더해가고 있다. 이같은 예측이 꼭 맞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 중소기업들도 이제는 체질을 선진화할 때가 됐다. 독일 중소기업들의 경영방침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들은 우선 철저한 고객위주의 사고를 갖고 있다. 식당용 오븐을 생산하는 레쇼날사는 「모든 것을 소비자를 위하여」라는 경영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어느 고객이 오른쪽에서 열게 돼 있는 오븐의 문을 왼쪽에서 열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자 이 회사는 1주일만에 이를 개조, 고객에게 배달해주었다. 레쇼날사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어린이용 장난감을 생산하는 게오브라사는 본사건물 근처에 어린이공원을 조성, 주변의 많은 어린이들이 이곳에 와서 자사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도록 배려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무심코 와서 놀지만 이 회사의 장난감 전문가와 디자이너들은 어린이들의 놀이모습을 유심히 관찰, 제품개조 및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 둘째, 세분화된 특정 목표만을 집중 겨냥하는 전문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다른 국가에서는 사양화되고 있는 제품이라도 고급화·다양화·기술혁신 등을 통해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지켜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 분야만을 집중 공략함으로써 특정시장에서는 세계적으로 지배적인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셋째, 과감한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로 신제품 개발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앞서 예로 든 레쇼날사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세계최고의 식당용 오븐 생산에만 전념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 회사는 종업원이 3백40명이지만 10%에 해당하는 30여명이 연구원이다. 이 회사에는 또 12명의 요리사 출신 종업원들이 있다. 이들도 연구개발인력과 긴밀한 대화를 통해 엔지니어들이 소비자의 욕구를 더 잘 이해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확장보다 내실 축적을 금속절단용 공구를 생산하는 트럼프트사는 종업원의 12%가 연구개발에 종사하고 있다. 이 회사의 특징은 매출액의 약 60%가 최근 3년 이내에 개발된 신제품에서 창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르크화의 절상으로 국제시장에서 일본제품과의 가격경쟁에서 뒤지게되자 자사제품에 보다 다양한 기능을 첨가, 약점을 극복했다. 넷째, 종업원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주고 있다. 경영자는 종업원의 능력개발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 복지후생에도 큰 관심을 쏟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종업원 지주제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사간에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대화만으로는 어렵다. 종업원이 회사의 일원으로서 최선을 다해 일하도록 하는데는 스스로 주인이 되게 하는 방법 외에 더이상 효과적인 것이 없다. 독일의 중소기업들은 평범하기도 한 이같은 진리를 이미 깨닫고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성장하면 다른 사업쪽으로의 확장이나 문어발식 일변도의 경영정책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독일의 기업들은 소비자중심·연구개발중심·본업중심·종업원중심의 경영을 견지하면서 내실을 축적, 오늘날의 무한경제전쟁 시대에도 흔들리지 않고 있다. 우리도 기본에 충실한 경영을 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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