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 '휴대'넘어 '착용' 경쟁이동전화·MP3등 넣는 의류 속속 등장해
이제는 「포터블(PORTABLE·휴대)」경쟁이 아니라 「웨어러블(WEARABLE·착용)」경쟁시대다.
전자업계의 제품개발 경쟁이 휴대하기 편한 소형제품 개발차원을 넘어 아예 옷이나 몸에 부착해 사용할 수있는 초소형제품 개발경쟁으로 전환됐다는 의미다.
전자업계는 그동안 「보다 더 작게, 보다 더 가볍게」 만들어 휴대하기 편리하도록 한다는데 제품개발의 주안점을 뒀지만 이젠 이런 제품으론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됐다는 것.
앞으로는 각종 휴대용 전자제품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면서 주머니가 불룩하게 나오는 단점을 없애면서 고객들이 전혀 불편을 느끼지도 않도록 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선 옷이나 몸에 착용할 수있도록 초소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옷깃에 휴대전화를 삽입해 옷깃을 올려 전화할 수있고 옷소매 단추로 라디오 볼륨 등을 조절하는 첨단 재킷, 손목시계로 전화할 수있는 손목시계 겸용 이동전화, 극소형 태양전지와 헤드폰이 내장된 T-셔츠 등….
「스타트렉」이나 「스타워즈」등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수있는 허황된 얘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빠르면 다음달부터 속속 상품화될 것으로 보이는 제품들이다.
세계적인 전자업체인 필립스와 의류업체인 리바이스는 각종 휴대용 전자제품을 옷속에 집어넣은 첨단 재킷 「ICD플러스(+)」를 공동개발해 다음달중 파리·런던·밀라노 등 유럽지역 40여개 부티크에서 판매할 예정이라고 22일 공식발표했다.
MP3와 휴대폰, 헤드셋, 리모컨이 옷속에 장착돼 있으며, 옷깃을 올려 전화할수 있도록 고안됐다. 판매 예정가격은 900달러.
또 다국적 단말기 및 반도체업체인 모토롤러와 스위스 시계업체인 스와치사는 핸드폰 기능을 겸비한 손목시계를 공동개발중이다. 가능한 빨리 상품화한다는 계획아래 최종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곧 시판될 수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MP3 등 전자제품이 장착된 스포츠의류 개발에 착수한 나이키도 조만간 제품개발을 완료하고 시판에 들어갈 전망이고, 세계 3위 단말기업체인 에릭슨
은 9~10월께 의류에 부착할 수있는 핸드폰용 무선헤드셋을 판매할 예정이다. 이 헤드셋이 판매되면 전화를 직접 받지 않고도 핸드폰과 무선으로 연결되는 헤드셋을 통해 통화가 가능해진다.
또 매사추세츠공대 미디어랩에서 분사된 참드 테크놀로지사는 최근 극소형 태양전지와 헤드폰 등이 내장된 미래형 T-셔츠을 개발해 발표회를 가져 관련 전자업체의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력을 일으킬 수있는 천으로 의류를 만드는 등 의류와 전자제품이 일체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 첨단 착용제품들의 가격대가 워낙 비싸 수요자가 얼마나 될 수있을 지 예측할 수없는 실정인데다, 전자파에 대한 인체 유해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어 이 문제의 해결이 업계의 해결과제다.
그러나 영국 필립스연구소의 책임자인 시몬 터너는 『전자제품 개발경쟁이 「웨어러블」로 바뀌고 있다는 것은 거스를 수없는 트렌드』라며 『가격인하와 인체 무해입증 등은 업계가 극복해야 할 하나의 장애물일 뿐이다』고 지적했다.
이용택기자YTLEE@SED.CO.KR
입력시간 2000/08/2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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