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자금회수기업부도 악순환최근의 금융시장 불안과 잇따른 기업부도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종금사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시중에 돈이 아무리 많이 풀려도 한계상황에 봉착해있는 종금사들이 여신회수에 나서면서 한계기업들이 잇따라 무너지고 이로 인해 다시 금융기관이 부실해지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는 악순환의 핵심에 종금사 부실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종금사들이 할인해준 기업발행 어음의 잔액은 지난 14일 현재 86조원에 달한다. 이들 어음이 대체로 만기가 3개월짜리임을 감안하면 종금사들이 한햇동안 취급하는 기업에 대한 여신은 무려 3백44조원. 이는 지난 9월 MCT평잔액 3백72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처럼 거대한 여신을 취급하는 종금사들이 연이은 대형부도에 연루되면서 엄청난 부실여신과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하게 돼 결국 다시 기업들에 불똥이 튀고 있는 것이다. 기아그룹 한 회사에 대해서만 이달들어 종금사들이 증시에 공시한 부실여신액은 지난 15일 현재 무려 1조2천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대농, 진로 등을 합하면 최소한 1조5천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기존의 부실여신까지 합하면 3조원은 너끈히 넘어선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들 부실여신에 따른 종금사들의 수지악화규모는 자금조달비용을 12%로 계산했을 때 연간 3천6백억원에 달한다.
종금사들의 경영상황이 이처럼 악화되고 유동성이 여의치 않다보니 2금융권에의 자금조달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한마디로 살얼음판위를 걷고 있는 셈이다. 최근 증시침체가 지속되고 은행창구가 꽉 막혀있는 상황에서 종금사들의 여신회수는 곧바로 기업부도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기아사태이후 쌍방울그룹의 화의신청, 태일정밀의 부도유예협약 적용, 그리고 또 다시 증시에서 나도는 기업의 부도리스트 등은 결국 종금사들의 경영악화가 기업의 목을 죄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징후라는 지적이다.
종금사들의 부실이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종금사 경영난의 해결이 선행돼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종금사에 대해 이렇다할 대책을 세우지 못한채 한숨만 내쉬고 있는 실정이다. 서둘러 종금사의 부실상황을 체크하고 종금사 부실여신에 대한 처리방안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다.<김상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