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입법…구조조정 매물처리용 전락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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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펀드를 부동산투자회사법에 통합하면서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고 건설교통부ㆍ재정경제부 등 관련 부처끼리 협의, 1주일 만에 새법을 입법 예고할 때부터 '리츠 고사(枯死)'는 사실 예고됐던 일이다.
리츠가 설립되지 않을 경우 개미군단의 소액 간접투자 길이 막히는 것은 물론 부동산 간접투자시장이 외국자본에 종속되는 사태까지 우려된다.
또 페이퍼컴퍼니 형태의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이하 CRV 리츠)는 일정기간 후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매각해야 하는데 회사가 난립할 경우 일시에 매물이 쏟아지는 등의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 통합법 졸속 우려
부동산투자회사법은 지난 98년부터 제정 작업을 시작, 지난 한해 동안 전문가들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만들어졌다. 2년여간의 논의와 검토 끝에 탄생했음에도 불구,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펀드 법안이 통합되면서 당초 입법 취지와 무관하게 변색된 것이다.
부동산투자회사법 제정 과정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법을 통합한다는 내용도 관련 부처끼리 협의를 마친 후에 알았다"며 "기업구조조정 촉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법만 해도 3~4가지 법령에 이르는데 구태여 부동산투자회사법까지 한쪽에만 유리하게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법인세 면제가 핵심
건설업체ㆍ금융기관ㆍ보험사 등 당초 리츠를 준비했던 기관ㆍ업체들 모두 법인세 면제가 불가능해지자 CRV 리츠로 방향을 선회했다.
법인세는 기업이 한해 동안 벌어들인 매출액에서 지출비용을 제한 순이익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이다. 세율은 순이익 1억원 이하 16%, 1억원 초과 28%로 세 부담이 만만치 않다.
입법예고 중인 '조세특례제한법'을 보면 리츠는 회사로 분류돼 법인세는 전액 물고 특별부가세 및 취득세ㆍ등록세만 50% 감면된다. 반면 CRV는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임에도 불구, 법인세ㆍ취득세ㆍ등록세는 내지 않아도 되고 특별부가세 역시 50% 할인혜택이 주어진다.
이 같은 세제지원 차등에 따른 수익률 편차는 2~3%에 이른다. 오피스빌딩의 연간 수익률은 평균 10%로 리츠가 상업용 건물을 사들여 운영할 경우 법인세를 내고 나면 7~8% 정도의 수익도 버겁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부동산 간접투자시장 왜곡 우려
단타 매매를 주로 하고 있는 론스타ㆍ모건스탠리 등 다국적 투자 은행들은 벌써부터 CRV 리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페이퍼컴퍼니 형태로 운영되는데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부동산은 구조조정 매물로 싼 값에 사들여 잘만 포장하면 단시일 안에 높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CRV 리츠 설립을 준비 중인 국내 업체ㆍ기관 역시 도입 초기에는 이들 외국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국내외 자본 결합은 활성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국적 부동산컨설팅업체 한 관계자는 "투기성이 강한 이들 자본이 국내에 설립될 CRV 리츠 등과 결합할 경우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이 외국자본에 종속되는 것은 물론 단타투자에 따른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탄력적 운영 절실
재정경제부가 리츠를 실체가 있는 회사로 인정, 법인세를 과세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리츠의 경우 회사 운용인력이 최대 10명 이내고 부동산 관리ㆍ운영 등의 역할에 한정될 수밖에 없어 페이퍼컴퍼니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이에 대해 재경부 법인세과 한 관계자는 "실체가 있는 회사에 법인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은 조세형평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며 "리츠의 법인세 감면ㆍ면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선진국에 비해 회사 설립ㆍ운영에 따른 세 부담이 높다"며 "부동산 투자기반 확대ㆍ소액 투자활성화ㆍ부동산 시장 선진화 등 세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리츠도 법인세 감면ㆍ면제 혜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