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개편안 중에 원자력에 관해 주목할 만한 것은 '미래창조과학부'의 원자력안전위원회 흡수와 그 명분이 갖는 파급효과다.
원자력안전의 최고 관제탑이라 할 수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가진 규제기능이 독립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원자력진흥은 '산업통상자원부'로 일원화될 것 같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원자력진흥 내 연구개발(R&D) 관리의 일원화 여부다. 원자력진흥 분야에서 두 정부부처가 동상이몽(同床異夢)하고 있는 원자력만의 특수상황은 오랜 기간 동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왔다.
국내 원자력 R&D는 기초연구와 응용연구로 구분되는데 기초연구로 분류된 원자력 분야 R&D는 과학기술 부처에서 주관하고 산하 연구기관에서 수행해왔다. 이러한 잣대는 원자력진흥에서 사업과 R&D의 주무부처를 분리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여기서 그동안 기초연구로 분류됐던 원자력 R&D 분야가 실질적으로 기초연구에 국한되는지는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원자력시설 해체 핵심 기반기술 개발계획'의 일환으로 원자력발전소를 해체하기 위해 로봇을 이용하고 건물을 철거하는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것이 과연 기초연구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지 보자.
과거와 같이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기술은 기초 분야로 분류돼야 한다는 것은 더 이상 맞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연구목적이라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원전해체와 같이 영구 정지된 원자력발전소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해체해 부지를 원상태로 복원한다는 분명한 산업응용적인 목적을 가진 연구는 국내 최초라 하더라도 기초연구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모든 연구과제를 기초와 응용 분야로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겠지만 원자력연구는 대부분 산업응용이 그 종착점이라는 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990년대 후반 원자력 분야의 대규모 사업이관 이후 원자력 R&D 분야의 큰 규모의 예산투입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의 산업화 적용이 타 분야에 비해 크게 못 미쳤다는 평가는 연구 분류의 획일화와 기초-응용 연계연구의 부재 및 R&D의 일관된 통제시스템의 부재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무엇보다 정부 내 주관부처의 이원화는 원자력진흥 산업과 R&D 분야의 상호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돼온 것이 사실이다. 원자력발전을 하고 그 일부를 원자력연구개발기금으로 출원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사업자는 그 재원으로 수행하는 원자력 중장기연구과제의 결과물을 알고 있거나 활용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원자력발전사업자 소속 연구원이 원자력중장기연구의 연구결과를 알지 못해 유사과제를 다시 수행하겠다고 과제제안을 하는 경우는 과연 없을까.
이처럼 그동안 원자력 산업계는 R&D 분야의 연구결과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중복 투자를 하는 등 기술개발투자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선택과 집중의 원칙이 간과돼 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안전과 진흥의 분리를 통해 원자력계의 오랜 숙원인 원자력진흥 분야 일원화의 기회가 온 것 같다. 예를 들어 아무리 좋은 인프라를 갖춘 공항이라도 서로 다른 방식의 관제방식이 있다면 항공기의 운항은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고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할 수 있다. 하나의 공항에서는 하나의 관제시스템으로 관리ㆍ통제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지 않겠는가.